시라쿠사는 나라 전체가 사실상 열두 '패밀리', 그러니까 마피아 가문의 것인 도시국가예요. 법원도 있고 판사도 있지만, 그 위에는 언제나 가문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죠.
용문에서 펭귄 로지스틱스 소속으로 조용히 배달 일을 하던 텍사스는 어느 밤, 창밖 지붕 위에 서 있는 늑대 한 마리를 봐요. 그건 그녀가 7년 전 진 빚을 받으러 온 손님이었습니다.
텍사스는 인사도 없이 떠나요. "금방 돌아온다"는 말만 남긴 채로요.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건 그리운 고향이 아니라, 그때 버리고 온 성씨 하나였습니다.
1. 늑대가 빚 받으러 왔다, 그것도 직접

창밖의 늑대는 자로였어요. 스스로를 '늑대 군주'라 부르는 불사의 존재이자, 텍사스가 컬럼비아를 떠날 때 맺은 거래의 채권자였죠.
요구는 단순했어요. 시라쿠사로 돌아와 자신의 '송곳니', 그러니까 대리인 노릇을 한 번 해 달라는 것. 텍사스는 알겠다고 답했어요.
사장 엠퍼러는 온갖 콩글리시 욕을 쏟아내면서도 결국 보내줬어요. "베이케이션 줄 테니까, 하나도 임포턴트 해 보이지 않는 그 일 다 처리하고 와." 그렇게 인간 한 명과 늑대 한 마리가 어둠 속으로 걸어갔죠.
2. 돌아오자마자 살인범이 되다
시라쿠사에서 텍사스를 맞이한 건 레온투초 벨로네였어요. 벨로네 패밀리의 젊은 후계자로, 그는 텍사스에게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해 '텍사스'라는 이름을 과시해 달라고 부탁하죠.
그런데 파티 도중 건설부 장관 카라치가 자동차 폭탄에 즉사하고, 레온투초마저 습격당해요. 현장에 있던 텍사스는 순식간에 유력한 용의자가 되고 맙니다.

사건을 맡은 건 라비니아. 벨로네 패밀리의 비호를 받으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함을 고집하는 젊은 판사였어요. 그녀는 결국 텍사스를 체포합니다.
사실 이 습격을 뒤에서 조종한 건 레온투초의 오른팔이자 벨로네의 책사, 드미트리였어요. 패밀리가 너무 물러졌다고 믿는 그가, 주인을 향해 처음으로 송곳니를 드러낸 거였죠.
3. 용문 아이돌, 시라쿠사 극단에 잠입 취업하다
한편 용문에서는 소라가 가만있지 못했어요. 아이돌 활동 와중에 시라쿠사 극단 오디션까지 뚫어, 텍사스를 찾으러 시라쿠사행을 택했거든요.
함께 온 건 텍사스의 오랜 파트너 엑시아와, 두 사람의 보디가드를 자처한 크루아상. 셋은 도착하자마자 거리에서 패밀리끼리 벌이는 소동에 휘말리며 첫인사를 나눠요.
"용문에 있는 건달들보다 상대하기 훨씬 까다로워." 엑시아는 투덜대면서도 결국 낯선 시민을 구하고, 크루아상은 그런 언니를 따라다니느라 바빠요. 시라쿠사의 첫인상은 딱 그 정도였습니다.
세 사람이 발 들인 델 알바 극단의 아트 디렉터가 바로 베르나르도였어요. 그가 준비 중인 신작 뮤지컬 제목은 무려 《텍사스의 죽음》. 텍사스 패밀리라는 실명을 처음으로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었죠.
소라의 연기 코치를 자처한 평론가 벤 역시 알쏭달쏭한 인물이었어요. 피자를 씹으며 툭툭 던지는 말마다 묘하게 정곡을 찔렀거든요. "규범은 사람에게 거짓된 단상을 쌓게 하고, 진짜 경외는 그 사이 자취를 감추죠."
4. 재판정에 트럭이 뚫고 들어온 사정
텍사스는 사태를 빨리 진정시키기 위해 스스로 진범이라 자백해요. 상황을 안정시키고 배후를 낚기 위한 미끼가 되겠다는 계산이었죠.
그런데 선고 직전, 트럭 한 대가 법정 벽을 뚫고 들이닥쳐요. 운전석에서 내린 라플란드는 살루초 패밀리에서 제명된 딸이었죠. 그녀는 "내가 진범이야"라며 태연하게 자수해 버립니다.

다들 의아해했어요. 살루초의 골칫덩이가 왜 갑자기 텍사스 대신 죄를 뒤집어쓴 걸까. 정작 라플란드 본인은 속내를 한 톨도 내비치지 않았죠.
재판은 중단되고 텍사스는 혐의를 벗어요. 하지만 진짜 배후는 여전히 그림자 속에 웅크리고 있었죠.
5. 판사가 믿었던 약속, 알고 보니 그 사람이 배후였다
라비니아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었어요. 벨로네 패밀리가 최종 승리를 거두는 날, 자신이 믿는 공정함이 진짜로 실현되는 도시를 약속받았다는 것.
그 사이 살루초 패밀리의 보스 알베르토도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해요. 로사티를 무너뜨리고 신도시를 통째로 삼키자는, 벨로네와의 은밀한 동맹이었죠.
그런데 그 약속을 해준 사람이, 살루초와 손잡고 로사티를 치려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라비니아가 뛰어들어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은 딱 한마디였죠.
게임은 끝났다, 라비니아.
— 베르나르도

라비니아는 눈물이 쏟아질까 봐 뒤도 돌아보지 못한 채 방을 나섰어요. 자신이 지금껏 버텨온 이유가 통째로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6. 각본가 카테리나, 알고 보니 텍사스의 죽마고우이자 최대의 적
소라의 뮤지컬 데뷔 무대 날, 로사티 패밀리의 보스가 귀빈으로 관람을 와요. 그런데 그 보스가 다름 아닌 극작가 '카테리나' 본인이었다는 게 밝혀지죠. 소라와 몇 주간 친구로 지낸 사람이 로사티의 정점이었던 거예요.
게다가 그 자리에서 벨로네와 살루초가 짜고 로사티 암살을 시도해요. 텍사스는 베이스 기타 속에 숨겨둔 무기를 꺼내 무대 위를 가로질러 뛰어갑니다.

우여곡절 끝에 방에 도달한 텍사스를 맞이한 건, 이미 칼을 내려놓은 어릴 적 단짝이었어요. "오랜만이야, 첼리니아." 로사티의 보스, 조반나였습니다.
7. 가장 조용하고, 가장 무거운 재회
조반나는 텍사스에게 손을 내밀어요. "나랑 함께하면 시라쿠사에서 큰일을 할 수 있어." 하지만 텍사스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죠.
"난 시라쿠사인도 컬럼비아인도 되고 싶지 않아, 그냥 첼리니아 텍사스야." 두 사람은 결국 갈라서요. 조반나는 로사티의 적이 된 옛 친구를 살려 보내지만, 이걸로 끝이라는 경고도 함께 남깁니다.

도망친 텍사스를 맞이한 세 친구는 아무것도 캐묻지 않았어요. "좋은 파트너의 조건은, 상대가 말하기 싫은 걸 묻지 않는 거야." 넷은 그렇게 다시 뭉칩니다.
8. 가장 약한 사람이 총구를 든다
카라치가 죽은 뒤 계속 비어 있던 건설부 장관 자리는, 만년 한직에 머물던 식품안전부 장관 루비오가 이어받아요. 부임 연설 당일, 그는 라디오 전파를 타고 도시 전체에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카라치와의 우정, 그리고 벨로네와 살루초가 꾸민 음모까지. 화려한 말솜씨도, 흥분도 없이 담담하게 이어지는 고백이었어요.
우리가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의 삶은 진실하다는 것을, 우린 울타리에 갇힌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 루비오
연설이 끝나자마자 총성이 울려요. 루비오는 자신의 목숨으로 마지막 방송을 지켜낸 거예요.

9. 아버지의 유서는 사실 나라 전체였다
루비오의 폭로로 도시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려요. 벨로네와 살루초의 밀약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열두 패밀리 전부가 서로 물어뜯기 시작하죠.
그 회의 자리에서 알베르토의 부하 단브론이 자기 보스에게 총구를 겨눠요. "당신들은 문명적으로 변한 게 아니라, 더 가식적으로 변했을 뿐이야." 세차장에서 일하던 이 남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알베르토의 손에 목이 그였고, 나중에 그를 기억한 사람은 벤 하나였습니다. "이 나라, 이 도시는 당신을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제가 기억하겠습니다."
격분한 알베르토는 레온투초에게 단 10초를 줘요. 살루초에 종속되거나, 여기서 죽거나. 회중시계 초침이 넘어가는 그 짧은 순간, 레온투초는 이미 아버지가 무엇을 노렸는지 깨닫고 있었죠.
레온투초는 그제야 아버지의 진짜 목적을 깨달아요. 베르나르도가 원한 건 신도시도, 승리도 아니라 패밀리 자체가 없는 시라쿠사였다는 것을요.
패밀리가 없어지면 시라쿠사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까?
— 베르나르도
레온투초의 답은 아버지와 달랐어요. "그걸로는 부족해, 사람들에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리고 그 과정에 참여하게 해야 해." 아들은 아버지를 넘어서기로 결심합니다.

베르나르도는 이미 각오하고 있었어요. 늑대 군주 자로가 배신의 대가를 물으러 오기 직전, 그는 스스로 독을 삼켜 판을 끝내버립니다.

10. 늑대들의 재판, 그리고 작별 인사
분노한 자로가 레온투초 앞에 대가를 요구하러 나타나요. 바로 그 순간, 용문에서부터 소식을 듣고 날아온 사장 엠퍼러가 끼어듭니다.

엠퍼러가 데려온 건 이미 이 게임에서 패배한 다른 늑대 군주들. 규칙을 어긴 자로는 결국 그들 앞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어요.
한편 라플란드는 아버지 알베르토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고 텍사스 앞에 서요. "오늘 난 널 죽일 거야." 두 사람의 검이 부딪히기 시작합니다.

"텍사스, 넌 그냥 텍사스였구나." — "당연히 난 그냥 텍사스지. 너는?" — "나도 그냥 라플란드인 것 같아."
— 라플란드 · 텍사스
승패는 나지 않았어요. 라플란드가 손을 내밀고, 텍사스는 그 손을 잡아요. 친구이자 적으로, 둘은 나란히 그레이홀로 향하죠.
그곳에서 텍사스, 레온투초, 라비니아, 라플란드는 마침내 이 나라의 진짜 주인, 시칠리아 부인과 마주해요.
겉보기엔 온화한 노부인이었지만, 존재감만으로 자리를 얼어붙게 하는 사람이었어요. 늑대 군주 자로조차 그녀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죠.

시칠리아 부인은 확답을 요구하지 않아요. 대신 레온투초에게 신도시 하나를 빌려주기로 하죠. '패밀리 없는 도시'라는, 베르나르도가 평생 갈망했던 답의 조각을요.
에필로그. 봉합
아버지의 장례식 날, 레온투초는 홀로 무덤을 파요. 참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관을 함께 밀어준 건 그를 배신했던 옛 오른팔 드미트리였죠.

라비니아는 텅 빈 벨로네 저택에서 레온투초와 새 질서를 이야기해요. "우린 그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낼 거야. 모두에게 속하는 질서를."
엠퍼러는 여전히 파티를 기다리고 있어요. "파티 없이 3000년을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며 투덜대면서도, 결국 며칠 더 시라쿠사에 눌러앉기로 하죠.
소라는 텍사스와 함께 조반나의 방을 다시 찾지만, 그녀는 이미 떠난 뒤였어요. 남은 건 대본 한 뭉치, 오랫동안 완성하지 못했던 《텍사스의 죽음》 제3막이었습니다.
첫 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이 대본을 나의 친애하는 친구 첼리니아, 그리고 새로 사귄 펭귄 로지스틱스의 친구들에게 선물한다."
극장가에는 벌써 새 소문이 돌아요. 조반나, 아니 카테리나가 다음 작품 《시라쿠사인》을 준비하고 있다는 거였죠. 이 도시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을 가리키면서도, 아무도 완전히 정의할 수 없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날 밤 창밖 지붕 위에 서 있던 늑대는, 결국 낡은 빚 하나를 받으러 온 것뿐이었어요. 하지만 그 빚을 갚으러 갔던 텍사스는 시라쿠사에 도망칠 필요가 없는 이유 하나를 만들고서야, 다시 용문으로 돌아갈 채비를 합니다. 도망치던 늑대는 이제, 스스로 돌아갈 곳을 선택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