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라노는 산크타들이 세운 신성한 도시예요. 머리 위의 광륜과 교감으로 서로의 마음을 느끼며, 수천 년째 흔들림 없는 질서를 자랑하죠. 지금은 제2회 만국 정상회담이 한창이라, 테라 각국의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어요.
그런데 뭔가 이상해요. 없어야 할 폭발 사건이 터지고, 수백 년째 조용하던 총기 공방들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요. 그리고 구름을 찌를 듯한 거대한 성당 하나가, 마치 원래부터 거기 있었다는 듯 도시 한복판에 서 있어요.
신임 추기경 르무엔이 첫 출근하는 날, 이 모든 낯섦이 한꺼번에 터져 나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이 도시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시험해보고 싶어 하는 누군가가 있었어요.
1. 첫 출근길에 도시가 폭발하는, 신임 추기경의 하루

르무엔은 5년의 혼수상태 끝에 눈을 떠, 곧장 제7청 추기경이 되었어요. 첫 출근 날 받은 임무는 '정체불명의 폭발물 소지자' 조사. 스테보누스 구역 조비타 거리에서, 정말로 기둥 하나가 산산조각 나 있었죠.
범인은 못 찾았지만 단서 하나는 건졌어요. 붉은 후드를 걸친 누군가가 골목을 스쳐 갔다는 것. 그날 밤, 라테라노의 자율적 고해 차량 한 대가 아주 이상한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 목소리의 주인은 라테라노를 떠난 지 오래된 산크타였어요. 폭발은 엑시아가 벌인 일이었고, 총기 공방 폐업은 교황청이 내린 결정이었죠. 그리고 고해 차량 속 목소리의 주인은 라테라노를 돕던 로도스 아일랜드의 박사였고요.. 다만 목적이 뭔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어요.
날씨가 너무 습하면 기둥에 버섯이 자라날 순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폭탄이 자라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렇지?
— 르무엔
2. 나라가 통째로 총기 공방을 없애버리다
교황청이 어느 날 갑자기 전국의 총기 공방을 폐업시켰어요. 산크타에게 수호총은 태어날 때 생기는 광륜만큼이나 각별한 물건인데도요. 늙은 제총사 파가니니와 말 없는 제자 반니니의 작은 공방도 예외는 아니었죠.
폐업 직전의 그 공방에, 낯익은 붉은 머리 산크타가 나타나요. "총기 공방에 오래 있었으니, 도시 전체를 뒤흔들만한 대폭발을 도와줄 수 있겠지?" 정체를 숨긴 엑시아였어요.

반니니는 원래 말을 거의 못 하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엑시아와 나눈 기억 하나만큼은, 서로 다르게 기억하면서도 똑같이 소중했죠. 그렇게 둘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콤비가 됩니다.
'절대로 시시한 의뢰는 받지 않는다.' 이게 펭귄 로지스틱스의 훌륭한 기업 문화거든!
— 엑시아
파가니니는 리베리인데도 라테라노에서 몇십 년째 산크타의 수호총을 만들어 온 장인이에요. 총기사 파트리치온과는 한때 둘도 없는 술친구였지만, 지금은 서로 얼굴 보기도 껄끄러운 사이가 됐죠. 왜인지는 아직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요.
3. 성당에서 아기가 태어나는데, 아무도 웃지 않는다
양육 신전. 라테라노가 만국 정상회담 기간에 맞춰 완공한, 구름을 찌를 듯 거대한 성당이에요. 앞을 보지 못하는 대주교 케프는 이곳에서 '탄생 의식'을 준비하고 있었죠.
황무지에서 온 살카즈 임산부 '들러리'가 이곳에 실려 옵니다. 보육사 안도아인은 밤낮없이 그녀를 돌보는데, 어딘가 필사적으로 보여요. 마치 이 탄생이 실패하면 안 될 이유가 따로 있는 사람처럼요.
인간이란 본디 평안과 기쁨을 갈망하고, 고난과 고통을 두려워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종족의 구분 없이 기도를 드리죠.
— 대주교
탄생 의식 날, 태어난 건 사람이 아니라 새끼 아버비스트였어요. 그런데 눈을 뜨지 않고, 숨소리마저 옅어져요.

그런데 그런데 대주교의 품 안에서, 죽어가던 새끼가 눈을 뜨고 첫 울음을 터뜨려요. 그 머리 위에는, 이제껏 산크타에게만 있던 광륜이 떠오르고요.

4. 성당을 폭파하려다, 언니한테 딱 걸린 동생
엑시아는 반니니와 함께 양육 신전에 몰래 침투해, 성당 곳곳에 폭탄을 심어놨어요. 탄생 의식 자체를 막으려던 거였는데, 정작 안에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죠.

두 자매는 어릴 적 암호로 대치를 풀어요. "마요네즈 애플파이!" "굽고 먹고 굽고 먹고." 말다툼이 길어질 때마다 쓰던, 둘만의 화해 신호였죠.
엘. 나는 네 감정을 느낄 수 있어. 내적 갈등, 조급함, 불안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까지……
— 르무엔
결국 엑시아는 언니 품에 남은 폭탄들을 떠넘기고 유유히 사라져요. 르무엔은 동생을 그 자리에서 놓아주는 대신, 스스로 이 사건을 떠안기로 하죠. 그리고 곧, 라테라노 전역에서 총성이 울리기 시작해요.
5. 라테라노가 사실 재이였다는, 아무도 웃을 수 없는 진실
페데리코는 공증소 집행자, 아르투리아는 그가 쫓는 탈옥수예요. 둘은 실종된 임산부를 쫓다 우연히 손을 잡게 되는데,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요. 총기 공방, 끝없는 보리밭, 갑자기 역할이 바뀐 수도원……
라테라노의 모든 것이 조금씩 어긋나 있었거든요.
탄생 의식이 끝난 순간, 둘은 라테라노 전체가 얼어붙는 걸 목격해요. 인파도 소음도 없던 그 광경 위로, 성당의 그림자에서 낯선 생물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죠.

그 순간 도시 밖에서 낯선 손님도 도착해요. 로도스 아일랜드의 박사와 Mon3tr. 라테라노가 집단 환각에 빠졌다는 사실을, 이 재난을 계속 지켜봐 온 두 사람이 알아채고 달려온 거였죠.
6. 성문 앞에 줄지어 선 이탈자들
행렬이 대성당으로 향하기 전, 라테라노 성벽 밖에서는 또 다른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어요. 십 년 전 타락해 추방된 총기사 아우렐라, 그리고 그녀를 따라온 볼리바르의 이탈자들과 아이들이었죠.
성문 앞을 막아선 건 페데리코 혼자였어요. 하지만 아르투리아가 첼로로 이들을 성벽 너머까지 이끌었고, 성문 앞을 막아선 건 페데리코 혼자였어요. 하지만 아르투리아가 첼로로 이들을 성벽 너머까지 이끌었죠. (랜든 수도원의 수녀 힐데가르트가 활을 들고 싸움에 뛰어드는 건 한참 뒤, 세인트 마르솔 방어전에서예요.).

우리가 믿는 건 라테라노의 진정한 교리가 아닐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신앙 덕분에 볼리바르 같은 혼란스러운 곳에서도 가까스로 질서 있는 삶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 누에다
아우렐라는 복수하러 돌아왔다고 했어요. 자신을 추방한 스승 파트리치온을 향한 복수요. 그런데 정작 성벽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가 먼저 마주친 건 원망보다 훨씬 복잡한 감정이었죠.
7. 아버비스트를 죽인 보육사
탄생 의식 이후, 도시 전체에 광륜을 나눠주는 '두 번째 의식'이 시작돼요. 산크타가 아닌 모든 종족, 심지어 가로등과 나무에게까지 말이죠. 안도아인은 그제야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만들었는지 깨달아요.
안도아인은 오래전, 답을 찾겠다며 라테라노를 떠나 십 년을 떠돌았어요. 그 답이 바로 이 광경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그는 자기 손으로 키운 새끼 아버비스트를 품에 안고 폭탄의 도화선을 잡아요.
이게 꿈이라면 깨어나. 집념이라면 깨부숴야 해. 그리고 다시 구원을 논하는 거야.
— 안도아인

같은 시각, 첫 출근 날부터 르무엔을 도와온 조사관 아모스는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다 총에 맞아요.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정말 쓸모 있었는지 물으며, 조용히 눈을 감아요.
8. 라테라노인은 총으로 답한다
탄생 의식은 실패로 끝났지만, 새 산크타들의 행렬은 멈추지 않아요. 대성당을 향해 걸어가는 그 긴 줄을 막을 수 있는 건, 이제 라테라노인들 자신뿐이었죠.
제자 반니니는 총기사 파트리치온을 막아섰어요. 하지만 파트리치온은 이미 교감에 잠식되고 있었죠. 그는 스스로 반니니의 총구를 자기 쪽으로 당겨요.

그 총알 한 발이, 벗어나던 파가니니를 대신 맞혀요. 평생 파트리치온과 진심으로 소통한 적 없다던 늙은 제총사는, 마지막 순간에야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냈죠.
이제는 그래도…… 그런 후회는 없겠구먼.
— 파가니니

9. 신은 죽었지만, 기도는 남는다
행렬의 정체는 '성도'. 산크타 신앙의 시초이자, 광륜의 주인 그 자체였어요. 성도는 엑시아를 안은 채, 자신이 원래 진흙탕에서 동료를 잡아먹고 살아남은 티카즈였다는, 라테라노가 숨겨온 진짜 역사를 들려줘요.

성도는 묻습니다. 기도가 정말 쓸모 있냐고.
엑시아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겪은 실험으로, 이미 기도가 아무 효과 없다는 걸 배운 사람이었어요. 그런데도 그녀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죠.
우리는 앞으로도 주님의 존재에 감사할 거야. 설령 주님의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말이야.
— 엑시아
엑시아는 몸에 박힌 총알을 전부 특수 제작 폭탄으로 바꿔치기해 두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요란한 작별 인사가 시작돼요.

10. 침묵하는 신, 그리고 답이 없는 질문
안도아인과 페데리코는 대성당 지하, 미궁의 끝에서 마침내 '율법' 그 자체와 마주해요. 차가운 기계였죠. 교황 이반젤리스타 11세는 이미 이 앞에서 실어증에 걸려 있었고요.
율법은 두 사람에게 말해요. 라테라노도 산크타도, 결국 모든 걸 오리지늄이라는 하나의 존재로 되돌리기 위한 과정이었을 뿐이라고. 안도아인이 십 년 넘게 찾아 헤맨 '모두가 구원받는 미래'의 정체였죠.
만약 내가 거짓된 이상을 가슴에 품었던 거라면, 홀로 하는 고행을 십여 년이나 염치없이 했던 거라면…… 난 이 비열함과 뻔뻔함을 남에게 줘서는 안 돼.
— 안도아인
안도아인과 페데리코는 그 기계를 파괴하기로 해요. 완벽한 답 대신, 답 없는 삶을 선택한 거죠.
박사와 Mon3tr도 도시 곳곳을 누비며 이 사태의 배후를 쫓고 있었어요. 그러다 마주친 건 뜻밖의 얼굴, 프리스티스. 그녀는 이 재이가 자신이 손댄 오리지늄의 결과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죠.
다행히 프리스티스의 힘도 예전 같지 않았어요. Mon3tr가 위험을 무릅쓰고 라테라노의 기계에 다시 접속하자, 색을 잃었던 도시에 조금씩 빛이 돌아왔죠.
그 후, 3개월
재이는 물러갔지만 라테라노는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했어요. 광륜은 돌아왔지만 교감의 결은 예전과 달라졌고, 도시 곳곳에서 사람들은 조용히 자기 몫의 균열과 마주하고 있었죠.
파가니니의 총기 공방은 이제 반니니의 것이 됐어요. 파트리치온은 손녀 피아메타와 화해 아닌 화해를 나눴고, 엑시아는 새 회사를 차려 다시 라테라노를 떠났고요.
르무엘의 새로운 모험에 뜨거운 박수를!
— 엑시아
아모스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뒤늦게 복원됐어요. 르무엔은 그 기록을 아우렐라에게 보여주며, 교황청의 새로운 고용 제안도 함께 전했죠. 아우렐라는 대답 대신, 아모스와 다퉜던 옛날 얘기만 살짝 흘렸고요.
힐데가르트와 랜든 수도원은 다시 빵과 맥주를 굽기 시작했어요. 누에다는 볼리바르에서 온 아이들과 라테라노의 아이들을 한 방에 모아, 라테라노에선 절대 못 들을 이야기를 들려주고요.

안도아인은 유배를 선고받았어요. 그를 배웅하는 사람도, 원망하는 사람도 없었죠. 그는 그저 낡은 이동 수도원을 타고, 다시 답 없는 길을 걷기 시작해요.
라테라노는 여전히 기도해요. 주님이 실은 침묵하는 기계였다는 걸 알게 된 뒤에도요. 그 기도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위해 오늘도 광륜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