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라인 랩의 크리스틴 라이트가 트리마운츠의 하늘을 갈랐어요. 그날 밤 이후로 컬럼비아는 통째로 하늘에 미쳐버립니다.
유모차부터 이동도시까지 죄다 프로펠러를 달고, 주식에도 술 이름에도 '하늘'만 붙으면 값이 뛰죠. 그 열풍의 결정체가 600미터 상공에 띄운 사이언스 파크, '프로펠러 파라다이스'예요.
그리고 그 화려한 낙원에, 정반대편에서 온 두 존재가 발을 들입니다. 하나는 '불가능'만 골라 다니는 여행 가이드 펀. 다른 하나는, 죽음의 황무지를 건너온 늙은 밴시 한 명이에요.

1. 하늘을 연 회사는, 정작 지하에 처박혀 있습니다
이 파크의 최초 제안자는 라인 랩이에요. 근데 정작 라인 랩의 생태원은 지상, 그것도 눈에 안 띄는 흙구덩이 옆에 밀려나 있죠.
그 생태원을 지키는 사람이 내스티 루노레이. 카즈델 출신 밴시이자 엔지니어링과 주임인데, 말은 짧고 손은 빠르고, 점심으로 벽돌 같은 건빵을 씹는 사람이에요.
조수 스카이는 정반대예요. 슬럼가에서 기어올라와 크리스틴을 우상으로 삼은 청년이라, "왜 아무도 크리스틴을 기억 안 하냐"며 매일 분해하죠.
내스티는 담담하게 답해요. 기록하고 돌아보는 건 역사학자의 일이라고. 우리는 그냥, 움직이면 된다고.

2. 밀수왕 총장님, 그리고 가짜 해설원 (진짜는 감옥에 있음)
파크의 총장 고든 타넨은 아주 특별한 사업가예요. 컬럼비아산 부품만 쓰라는 규정을 비웃으며, 타국의 금지된 오리지늄 장치를 몰래 들여와 기업 전시품에 '심장'으로 달아주고 돈을 챙기죠.
그 파크에 여행 가이드 펀이 숨어듭니다. 실연당한 진짜 해설원 오클리의 이력서를 얻어, 그 신분으로 잠입한 거예요. 목적은 순수해요. 자기 손님인 늙은 밴시의 기억을 되돌릴 방법을 찾는 것.
근데 하필 그 밴시 손님이, 방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립니다.
설상가상으로 진짜 오클리가 총장실에 나타나 "제가 오클리인데요"를 외치자, 고든은 마시던 샴페인을 그대로 뿜죠. 가짜 해설원이 이미 파크의 절반과 접촉한 뒤였거든요.

3. 죽어야 사는 나무 (생태원은 원래 죽으라고 만든 겁니다)
곧 생태원에 사고가 터져요. 교목 72그루, 묘목 350개가 5분 만에 바싹 말라 죽습니다.
겉보기엔 펀이 나무에 꽂힌 '나뭇가지' 하나를 뽑아간 탓이에요. 근데 그 나뭇가지는 사실 내스티의 골필 — 생태원 전체를 돌리는 열쇠였죠.
게다가 고든은 사고가 나기도 전에 경비대를 문 앞에 세워뒀어요. 이 재난은 우연이 아니라, 처음부터 짜인 각본이었던 거예요.
그리고 여기서 진실 하나가 조용히 깔립니다. 라인 랩이 진짜 원한 건 식물이 '사는' 게 아니라, 밴시가 아는 방식대로 '죽는' 것이었어요. 그 죽음으로, 더 특별한 나무 한 그루를 살리기 위해서요.
4. 비서님의 정체, 그리고 밤하늘로 솟은 나무
고든의 비서 머시아는 무슨 일에도 '비서 수칙'을 읊는 사람이에요. 근데 그 침착함의 정체는 따로 있죠. 그녀는 컬럼비아의 사고를 '관리'하는 재단, 메이랜더의 특수요원이었어요.
한편 뮤엘시스가 물 분신으로 '내스티'인 척 침입자들을 겁주는 사이 — 경례하는 발랄한 내스티라니, 고든도 기겁하죠 — 진짜 사건이 터집니다.

봉쇄된 지하가 무너지고, 썩은 나무와 금속으로 짜인 거대한 '나무'가 은은한 빛을 두른 채 소리 없이 밤하늘로 솟아올라요. 프로펠러도, 엔진 소리도 없이.
라인 랩이 목숨 걸고 숨겨온 비밀이 이렇게 하필 최악의 타이밍에, 온 컬럼비아 앞에 드러납니다.
5. 200년 전의 거짓말 (협곡은 왜 조용히 썩어가는가)
그 늙은 밴시의 이름은 베일라예요. 그리고 펀의 손님은, 사실 내스티를 찾아 여기까지 온 거였죠.
200년 전, 카즈델은 연합군의 강철과 포화에 휩쓸립니다. 밴시 종족은 천 명도 안 남았고, 그중 절반은 목소리를 잃었어요.
장례를 치르는 종족이, 정작 제 동족의 엘레지조차 끝까지 부르지 못한 전쟁이었죠.

살아남은 베일라와 라케라말린은 안개 호수 너머 협곡을 세워요. 전쟁도 죽음도 없이, 노래와 디저트가 있는 삶. 밴시가 천성을 버리고 다르게 살 수 있다는 증거로요.
대신 베일라는 협곡 밖에서 오는 죽음의 '증표'를 200년 동안 몰래 가로챘어요. 인도받지 못한 영혼들이 돌아갈 곳을 잃는 대가로.
그리고 천성을 거스른 밴시들은, 죽기 직전 길고 고통스러운 망각 속에서 빈 껍데기가 되어갔죠.
6. 내스티가 뒤돌아보지 않은 날
베일라가 협곡으로 데려온 아이가 바로 어린 내스티였어요. 카즈델에서 자란, 그래서 그 거짓말을 가장 먼저 꿰뚫어 볼 아이.

미소를 위한 반주라면, 골피리까진 필요 없어.
— 베일라
웃음을 위한 반주는, 대단한 도구가 필요 없다는 말. 조용히 오래 남는 한 소절이에요.
하지만 내스티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협곡이 나약한 거짓말 위에 서 있다는 걸. 그래서 답을 찾으러 떠나기로 하죠. 협곡 밖, 카즈델 밖 어딘가에 있을 답을.

이별의 배 위에서 베일라가 겨우 건넨 말은 "밥 잘 챙겨 먹어, 우리 딸"뿐이었어요.
내스티는 끝내 뒤돌아보지 않고, 수면에 비친 어머니의 얼굴만 눈에 담았죠.

그리고 작게 인사합니다. "안녕…… 어머니."
7. 그런데 이 파크, 처음부터 추락하기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메이랜더의 노장 틴맨이 머시아에게 진실을 털어놔요. 청문회가 자꾸 미뤄진 건, 우연이 아니라고.
컬럼비아의 하늘 열풍은 뜨겁지만 아무 쓸모가 없어요. 카시미어는 기사에게 기동 장갑을 입히고 라이타니엔은 아이들에게 아츠 작전을 가르치는 시대에, 컬럼비아만 부유 회전바나 만들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메이랜더의 계획은 이거예요. '프로펠러 파라다이스'를 '외국 스파이의 테러'로 위장해 추락시키는 것. 그러면 하늘을 향한 열정이, 80년 만에 다시 분노와 군비로 방향을 틀 거라고.
고든이 들여온 그 밀수품들이, 사실은 스승 구스타브가 엄선해 쥐여준 타국의 군사 부품이었던 거죠. 고든조차 누군가의 체스말이었어요.
근데 이 완벽한 각본엔 균열이 하나 있었어요. 바로 머시아예요.
그녀는 갈 곳 없던 고아를 '컬럼비아의 아이'로 거둔 재단, 셀레네의 저택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미래를 위한 희생양이 되는 걸, 도무지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죠.
메이랜더에서 그녀가 맡은 일은, 임무가 끝난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는 거였어요.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반대로 부탁합니다. 그 대가 뒤에 얼마나 많은 삶과 꿈이 있는지, 선배님만은 부디 잊지 말아 달라고.
8. 파크를 통째로 훔쳐서, 도망칩시다
여기서 두 개의 반란이 동시에 터져요.
하나는 고든. 스승의 각본대로 '사죄 연설'을 하는 대신, 개조 로봇 054로 구스타브를 제압하고 생방송에 그 얼굴을 띄워버립니다. 불편한 피고인석을 발로 차버리고요.

다른 하나는 펀. 그녀는 파크의 테스터와 회사 대표들을 이끌고 봉쇄선으로 돌진해요. 라이스 부쉬, 오윈, 애스펜…… 한 명 한 명의 꿈을 호명하면서요.

펀이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동네 꼬마들에게 엉터리 이야기나 지어내던 아버지, 마틴 반. 펀은 오래도록 그 아버지를 부끄러워했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야 깨달았어요. "이야기는 언제나 해설보다 재미있다"던 말의 뜻을. 아직 실현되지 않은 꿈에 함부로 '불가능'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는 것, 그게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유산이었어요.
애스펜도 확성기 앞에서 제 이름을 말해요. 사기를 당하고, 빚에 쫓겨 아내와 헤어지고, '럭키 치스티비스트'라는 상호에 남은 전부를 건 잡화점 주인이라고. 그거면 충분했어요.
계획은 단순하고 무모해요. 밀수 부품을 그러모아 새 동력을 만들고, 특별구 코앞에서 파크를 통째로 유턴시켜 국경 너머로 도망치는 것.
9. 나무가 된 어머니
그 사이 내스티는 나무의 뿌리 속에서 베일라를 발견해요. 회백색 뿌리가 두 다리를 대신하고, 나무껍질이 얼굴을 덮은 채로.
베일라는 내스티가 돌아올 길이 무너지는 걸 보고, 그 길을 잇기 위해 스스로 나무와 결합해버린 거예요. 나무는 그녀의 생명을 유지하고, 그녀는 나무를 움직이면서. 서로의 결함에 기대 겨우 도는 프로그램처럼.

200년 전 그녀는 불타 추락하는 동족을 실 끊어진 연 같았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 그녀는, 셀 수 없는 뿌리와 가지에 붙들려 몸부림치고 있죠. 너무 많은 실에 매인, 영원히 끊어지지 않는 연처럼.
사실 협곡의 횃대나무는 특별할 게 없는 건자재용 나무였어요. 베일라가 상징으로 삼고 슬퍼했기에 신성해졌을 뿐이죠. 내스티가 하늘에 그걸 닮은 나무를 심은 이유는 단 하나예요. 어머니가 그리워서.
내스티는 나무에 미리 넣어둔 임시 데이터를 전부 지워요. 베일라를 괴롭히던 포효와 저주가 사실은 그녀 자신의 미련과 슬픔이었다는 걸, 똑바로 마주하게 하려고.
그리고 묻습니다. 당신이 진짜로 남기고 싶은 게 뭐냐고. 이 나무는 죽은 자의 영혼이 돌아올 안식처가 될 수도 있다고. 마지막에 무엇을 남길지, 이번엔 우리가 정하자고.

베일라는 그 나무의 첫 번째 주민이 되기로 해요. "20여 년 전 내가 너에게 집을 찾아줬듯, 이제는 네가 날 위해 집을 찾아줘."
그녀의 마지막 기억은, 협곡의 온갖 슬픔이 다 바랜 뒤 남은 단 한 장면이었어요. 막 협곡에 데려온 아이를 재우며, 그 아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이야기하던 어느 밤.

내스티는 떨어지는 잎을 손바닥으로 받아 들고, 나뭇잎을 붑니다. 미소를 위한 반주라면, 골피리까진 필요 없으니까요.
텅 빈 하늘에 남은 나무 한 그루

수백만 특별구 시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파크는 화려하게 추락해요. 메이랜더의 각본대로, '테러'라는 이름으로.
하지만 연기가 걷힌 텅 빈 하늘에, 나무 한 그루만은 구름을 뚫고 떠 있었죠. 파울비스트들이 벌써 그 위에서 털을 다듬고 있었고요.

부통령 잭슨은 그 나무를 '테러의 희생양'으로도, '컬럼비아의 새 상징'으로도 정의할 수 있었어요. 근데 야라의 한마디에 마음을 바꾸죠. 젊은 날 수업을 빼먹고 쫓아갔던, 석양을 좇던 이동식 채굴 플랫폼을 떠올리면서요.
컬럼비아의 새 시대를 길러 낼 토양이 저 하늘이라면…… 나무 한 그루를 품지 못할 이유는 없죠.
— 잭슨
그렇게 라인 랩은 새 시대의 문 앞에 섭니다. 인피 빙원의 '스타게이트', 쉐라그의 자료, 블랙 플로우의 실종…… 크리스틴이 남긴 괴담들이 사실 하나의 답으로 이어진다는 걸 확인하면서요.

하늘은 원래 텅 비어 있었어요. 그걸 가득 채운 건 언제나 사람이었죠. 열풍에 휩쓸려 파산한 상인도, '불가능'만 골라 다니던 가이드도, 그리고—
협곡이 아니라 하늘에, 울음이 아니라 웃음으로 남기로 한 어머니 한 그루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