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전략 모드는 매번 무작위로 짜이는 빙원을 반복해 탐험하는 놀이예요. 그래서 정해진 줄거리보다, 그 눈밭에 깔린 세계관과 되풀이되는 하나의 예언이 이야기의 뼈대가 돼요. 그리고 그 무대의 이름은, 다름 아닌 사미의 은빛 서리 끝자락이에요.
물자도 인원도, 준비는 완벽해요. 탐사대는 사미 최남단 도시에서 출발해 북쪽으로 향해요. 사미를 지나고 빙원을 넘으면, 그 베일에 싸인 미지가 곧 밝혀질 거예요.
그런데 이 여정은 조금 이상해요. 앞으로 나아가는 건지 제자리를 맴도는 건지도 모른 채, 탐사대는 같은 과정을 계속 되풀이해요. 자연은 아직 이들을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1. 은빛의 호수에서 영원의 먼지까지
빙원은 층층이 이어져요. 눈이 내리는 은빛의 호수에서, 빛이 없는 고요한 숲으로요. 웅크린 혼비스트가 방문객에게 휴식을 권하지만, 칠흑 같은 그림자는 소리 없이 설원을 물들여요.
숲을 지나면 여명의 툰드라예요.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 갈수록 뜸해지는 나무들. 지도는 텅 비었는데,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하나요.
그 너머엔 냉혹한 전사들이 높은 장벽을 쌓아 올린 얼어붙은 바위, 생명의 기운이 전부 사라진 무결점의 정원이 있어요. 단단한 얼음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생명을 봉인해, 아름다운 결정으로 꽃피워요.
가장 끝엔 예견의 구상과 영원의 먼지가 있어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빙원의 끝자락에 서서, 이 순간 모두에게 보여요. 먼지 한 톨은 여전히 너무 무거워, 탐사대는 기대도 후회도 하지 않아요.

이 눈밭엔 자연이 되풀이하는 한마디가 있어요. 당신이 쓰러져 이 땅의 자양분이 된다 해도, 자연은 절대 참견하지 않는다고요. 반기지도, 거절하지도 않으면서요.
2. 부족 나무와 자연의 암호
빙원에도 사람은 살아요. 거대한 부족 나무가 늪 한가운데 가라앉으면, 줄기와 뿌리와 늪가에 사미 상인들이 가득 모여 저지대 시장을 열어요.
나뭇가지가 스스로 가판대를 옮기고, 목각 인형들이 늪과 평지를 오가며 물건을 나르고, 동물들이 목청껏 소식을 전해요. 모든 게 너무나 신기해서, 탐사대는 나중에 허풍쟁이 소리를 안 들으려고 사진부터 찍어둬요.
사미인에게 자연은 곧 힘이고, 신은 만물에 깃들어 있어요. 최초의 암호는 산과 들판에 퍼져 있던 울음소리였다고 해요.
짐승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곁에서 걷던 게 대원이 아니라 록혼비스트일 때도 있어요. 그 길 끝엔 순백의 거대한 혼비스트가 꽃밭에서 단잠을 자고, 맑은 샘물이 곁에서 졸졸 흘러요.
그 짐승이 여기 사는 게 아니라, 숲이 그것의 휴식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공물을 바치면 소원을 들어주고, 잠을 깨우지 않으려 곁의 샘물을 한 모금 마시면 마음속 슬픔과 고통이 씻겨 내려가요.
여러 부족이 모이는 북지 주술사 경기도 볼 만해요. 기괴하게 생긴 '거인' 전쟁 골렘들이 제사장의 호령에 숲을 나서고, 어느 투사에게 베팅할지 고르는 거예요. 비스트 혼펠이 자이언트 모스를 일격에 고꾸라뜨리면, 엄숙했던 행사장은 함성으로 뒤집혀요.
그 계시는 암호판에 새겨져요. 폴다르 암호판이라 불리는 이 판은, 고목의 껍질이 굉음과 함께 갈라지며 복잡한 무늬로 떠올라요. 샤먼이 그 무늬를 해석해 자연의 뜻을 전해요.

샤먼은 오래된 예언 하나를 들려줘요. 사미가 언젠가 화염에 녹아내린 산맥과 빙원으로 현현할 것이고, 만물이 깨어나기 전에 그것들의 전쟁이 또다시 일어날 거라고요.
탐사대원 중엔 사미 태생인 수르트도 있어요. 그녀가 고목 앞에 거스를 수 없는 불길을 가져다주자, 그을린 암호판들이 바닥에 떨어져요.
불꽃, 전쟁, 그리고 내 기억……
— 수르트
그녀는 눈보라 속에서 불길이 꺼지는 걸 지켜보다, 메모를 꺼내 무언가를 적고는, 또 그중 어떤 내용을 지워버려요.
3. 예언을 보는 자들
사미 최북단엔 사이클롭스가 살아요. 미래와 운명을 내다보는 살카즈 일파인데, 액운을 부른다는 소문이 따라다녀요.
눈보라 속을 말없이 북쪽으로만 걷는 무리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이렇게 답해요. 다음 천 년을 향해서라고요.
그 무리 중 발라크빈이 탐사대의 길잡이가 돼요. 그녀는 옅은 안개, 형체 없는 바늘, 검은색 열쇠 같은 걸 '봐요'. 뜻은 알 수 없지만, 지도 위에 뚜렷한 노선만은 그려줘요.
그녀가 이끈 어느 동굴엔 제단이 있어요. 뿌리는 없지만 굉장히 날카로운 꽃 한 송이가 피어 있고, 수많은 사이클롭스가 아무 말 없이 그 꽃만 지켜봐요.

손을 뻗어도 꽃엔 닿을 수 없어요. 집중하려 하면 현기증이 일고, 결국 꽃은 사람의 머릿속에 뿌리를 내려요. 그렇게 좌표가 고정되고 나서야, 겨우 꽃을 '가져갈 수' 있게 돼요.
결과는 곧 목적이고, 목적은 곧 원인입니다.
— 발라크빈
산맥의 그림자가 서로 겹쳐 시야를 어지럽힐 때, 점술가 차림의 여인이 카드를 뽑아보라 권하기도 해요. 사미인이든 사이클롭스든 타로점으로 미래를 본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말이에요.
그녀가 내민 수정구 안엔 검은 산맥만 보여요. 마치 당신의 운명이 아닌 것처럼요. 그녀는 거대한 그림자 속에 삼켜진 옛 동료를 되찾으려고 이 산맥을 헤매는 중인데, 작별할 때 보니 그녀의 몸에도 오리지늄 결정이 잔뜩 자라 있어요.
운명을 두려워 말고, 운명을 등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어느 점술가는 말해요. 예언과 만나는 그날, 비로소 그것이 언제나 미래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고요.
4. 눈밭을 검게 물들이는 것
이 여정이 마냥 신비롭기만 한 건 아니에요. 어느 순간부터 설원엔 검은 발자국이 번져요.
혼탁한 눈에 뒤덮인 수많은 짐승의 사체 앞에서, 탐사대는 본능적으로 다리가 굳어요. 이 위협은 이미 수백 킬로미터, 어쩌면 더 멀리 퍼졌어요.
사미 전사들은 이게 무엇인지 아는 눈치인데, 어째서인지 한마디도 알려주지 않아요. 무엇을 겪었기에 모든 외부인을 이토록 경계하는 걸까요.
이것이 재이, 곧 오염이에요. 오염된 사미인은 화살을 맨손으로 잡고, 오리지늄 아츠는 그 앞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요. 부족민들이 몇 년째 꿈속에서 시달린다는 거대한 그림자의 정체이기도 해요.

얼지 않는 강물에 비친 건 침식당한 대지, 사라진 짐승들, 안으로 자라나는 자기 몸이에요. 물에 빠진 사람을 끌어올려도, 정작 본인은 공포에 질려 뛰어들었는지 강에 목이 졸렸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해요.
'나무 상처'라 불리는 사미 전사는, 투구를 막사에 벗어둔 채 설원으로 떠나요. 사미 전사가 투구를 두고 간다는 건, 살아 돌아올 생각을 접었다는 뜻이에요.
장례 행렬은 규칙적인 북소리에 맞춰, 저마다 수면에 입을 맞추며 만물과 태양의 비호를 기도해요. 이런 치료 의식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악령에 맞설 용기를 준다지만, 그들이 봤다는 악령이 대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우리는 이걸 사미라고 인정하지 않아요. 이건 사미를 빌렸을 뿐이죠.' 시든 가지를 데리고 다니는 어느 샤먼은 그렇게 말해요. 자연은 곧 힘이고, 힘을 얻은 이상 위협에 맞서는 건 당연한 일이라면서요.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공포는 언젠가 찾아오고 도피의 종점엔 오직 공허뿐이에요. 고목의 시종은 재이가 어지럽힌 이 땅의 진실을 보여주고, 다행히 탐사대의 동료들은 승산이 거의 없는 이 먼 여정을 끝까지 함께하기로 해요.
5. 눈밭의 별별 손님들
무거운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에요. 이 빙원엔 어처구니없는 손님도 잔뜩 굴러다녀요.
모닥불에서 떨어진 곳엔 홀로 술을 마시며 나무에게 말을 거는 사미인도 있어요. 낯선 이랑 친구가 돼보는 건 어떠냐고 나무에게 묻고는, 괜찮다니까 됐다며 혼자 끄덕여요.
그가 들려주는 부족 이야기는 어딘가 아귀가 안 맞아요. 희생했다던 전사가 멀쩡히 살아 있질 않나, 술맛이 이상해서 정신을 차려보면 바닥에 웅크리고 있질 않나요. 이곳은 이곳만의 룰이 있고, 손님은 그 룰을 따라야만 해요.
맹글러 둥지 같은 동굴에선 만취한 우르수스인들이 술판을 벌이며, 여기 우르수스인만 있으니 당연히 우르수스 땅이라고 우겨요. 보드카 포장지를 건네주면서, 이 '공식 식민 허가증'만 있으면 나라의 지원을 다 받을 수 있다면서요.
스스로 '덕로드'라 칭하는 오리 한 마리도 어김없이 사고를 쳐요. 오염된 사미인을 모아 의식을 치르질 않나, 컬럼비아 부자들을 위험한 곳까지 꼬드겨 오질 않나요. 알고 보면 '사악한 요새'가 사실은 랭크우드 제작진의 촬영장이기도 하고요.
실종된 줄 알았던 야외 생존 전문가는 동전 몇 닢을 받고 감격해요. 이거면 자전거 타고 따뜻한 아파트까지 돌아가기 충분하다면서, 라인 랩 기밀이라며 탐사 자료를 슬쩍 나눠줘요.
채소 통조림과 맥주를 파는 밥의 잡화점은 현지에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예요. 다만 주인은 슬쩍 후회해요. 이 현대 기술을, 사미 사람에게 팔지는 말았어야 했다고요.

사람 그림자도 없는 빙원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사는 예의 바른 살카즈 여인도 있어요. 그런데 무례하게 굴면 오두막이 네 개의 썩은 가지로 분열해요. 알고 보면 나흐체러르 왕정의 중요한 인물이라, 이런 걸로 집을 짓는 거예요.
은백색 빙원에 쳐진 진홍빛 텐트도 조심해야 해요. 커튼을 열면 연극이 한창인데, 배우가 관객에게 무기를 겨누고 댄서들이 무대에서 내려와요. 돌아서면 텐트는 어느새 불타오르고, 아무도 살아남지 못해요. 인적 드문 사미까지 찾아온 극단은, 멀리하는 편이 좋아요.
밟으면 빛이 나는 공터를 찾으면, 오랜만에 통신기에 신호가 잡혀요. 바닥의 줄무늬가 환하게 드러나고, 멀리 남쪽 캠프에 있는 동료의 목소리가 들려와요. 하지만 줄무늬가 빛을 잃으면 통신도 뚝 끊겨버려요.
빙원 한복판엔 이국적인 차림의 쿠란타 병사들이 진을 친 백 리 막사도 있어요. 텅 빈 줄 알았던 주둔지에 뿔피리 소리가 울리면 병사들이 불쑥 나타나고, 그 거대한 진지가 북쪽으로 끝없이 이어져요. 마치 홀로 길을 가는 기사가 대지에 남긴 발자국처럼요.
6. 빙원 끝자락의 거대 구조물
빙원의 끝자락엔 고리 모양의 거대 구조물이 서 있어요. 발견된 것도 이미 수년 전이에요.
그동안 굵직한 일이 많았어요. 구조물을 연구하고 복구하자는 이른바 블랙홀 협의가 맺어지고, 베헤모스 사미가 이탈하고, 붕괴체 연구로 과학기술이 폭발적으로 도약했어요. 모든 걸 바꾼 이 북쪽 땅으로 가는 게, 이제 탐험가들의 소망이 됐어요.
그러던 어느 날, 캠프에 낯선 사람이 나타나요. 다른 대원들 눈엔 보이지 않는 그에게 초대장을 건네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떠나요. 그 등에 로도스 아일랜드의 로고와 골필 같은 게 스쳐 보여요.
다음 순간, 탐사대는 사르곤의 사막 한가운데 서 있어요. 대원들은 공황에 빠지지만, 이것이 시험이라는 걸 박사는 알아요. 이제 스스로를 증명할 때예요.
고리 모양 문 앞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재미있는 일도 벌어져요. 진지 구축 자재를 실은 소대가 나오기도, 필요한 오퍼레이터가 걸어 나오기도 해요. 그런데 가끔은 빙원 끝자락에서 온 게 아닌 낯선 적이 튀어나와요. 이 문은 대체 어디로 통하는 걸까요.

채취한 재료가 캠프의 켈시에게 전해지고, 복구 작업이 정식으로 시작돼요. 먼저 붕괴체를 소탕하고, 크레이즐리선을 상대할 때 썼던 공간 안정장치를 가동해요.
컬럼비아의 연구원, 라이타니엔의 캐스터, 사미의 샤먼, 주술에 정통한 살카즈, 그리고 엘프의 고대 문명 지식까지 한자리에 모여요. 흐트러진 공간의 흐름을 안정시키고, 마침내 모든 시설이 복구돼요.
거대 구조물이 다시 가동되며, 조용히 방문객을 기다려요. 그리고 그 안으로 첫발을 내딛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박사예요.
7. 다섯 갈래의 끝
빙원이 어떤 진실을 내어주느냐에 따라, 이 여정은 서로 다른 다섯 개의 끝으로 닫혀요. 어떤 끝은 산과의 대화로, 어떤 끝은 얼어붙은 피와 고요로, 또 어떤 끝은 사막 너머 새로운 여정으로 이어져요.
뭇 산과의 대화 — '사미의 의지'를 넘어선 끝이에요. 산맥은 이미 정복했고, 끝없는 빙원엔 탐험가의 발자취도 남았어요. 갈라진 대지가 당신과 대화하며 묻고 또 약속해요. 지식의 탐구는 끝이 없지만, 액운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고요.
겨울이 올 때까지 — '목열' 에이크티르니르를 쓰러뜨린 끝이에요. 운명이 끝자락에서 다가와 제 장막을 내리고, 전사의 마지막 한 방울 피는 흘러나오기도 전에 얼어붙어요.
다만 다른 결에서는, 북방의 요새가 탐사대의 통행을 허락해요. 그러면 전사는 높은 벽 위에 올라, 밤낮으로 사미의 변경을 지켜보게 돼요.
깊은 심연 속으로 — '끝없는 울림의 크레이즐리선'을 넘어선 끝이에요. 당신은 넘을 수 없는 짙은 어둠을 보고, 어깨에 내려앉은 눈의 묵직한 무게를 느껴요. 그리고 이제는 고요함만 남아요.
그 고요 끝에서, 사이클롭스는 자신이 본 것을 전부 당신과 나눠요. 이제 빙원 깊은 곳에서 예언의 전모를 밝힐 때가 온 거예요.

한 줄기 빛 — 숨겨진 끝이에요. 잘못된 추론, 잘못된 책임, 잘못된 희생. 그럼에도 당신은 후발주자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길을 끝내 찾아내요. 다만 운명의 깊이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채로 남아요.
끝과 시작 — 가장 멀리 나아간 끝이에요. 열린 문 너머 사르곤의 사막에서, 탐사대는 영원한 황사와 전쟁을 견뎌요. '대지의 채찍' 카란두 카간과 '역법의 왕' 루갈샤르거스를 넘어서요.
그리고 당신은 빙원의 것과 똑같이 생긴, 모래바람에 풍화된 또 하나의 거대 구조물 아래로 돌아와요. 이는 긴 여정의 끝이자,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에요.
당신의 발자취를 따라, 탐험가들은 구조물 뒤편의 광활한 대지로 나아갈 거예요. 그리고 언젠가는 진실과 마주하게 되겠죠. 고리 모양의 문은 싸늘한 바람 속에서, 누군가 다시 열어주기만을 기다려요.
매번 순서와 풍경을 바꿔가며, 빙원은 다시 탐사대를 받아들여요. 완벽한 준비를 갖추고 떠난 이들은 눈밭 아래 잠든 예언과 마주하고, 자연은 여전히 반기지도 거절하지도 않은 채 지켜봐요. 지식의 탐구는 끝이 없지만, 액운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