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전략 모드는 매번 새로 짜이는 무대를 반복해 탐험하는 놀이예요. 그래서 정해진 줄거리보다, 그 무대에 깔린 세계관과 되풀이되는 하나의 진실이 이야기의 뼈대가 돼요. 그리고 이번 무대의 이름은, 다름 아닌 '계원'이에요.
백조 근처,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명소가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이곳은 사람들을 물리고 삼엄한 경비 태세를 갖춰요.
드디어, 진무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거예요. 박사와 오퍼레이터들은 사세대의 승인을 받아, 이 기이한 관광지 깊숙이 발을 들여요.

1. 낮에는 관광지, 밤에는 제단
계원은 염국의 절경을 한데 모아 놓은 곳이에요. 폭포가 걸린 산자락, 험준한 벼랑길, 기암괴석으로 쌓은 석산까지, 온갖 명승이 담겨 있어요.
관광객들은 향초를 피우고 행운을 빌며, 스탬프를 찍고 기념품을 사요. 낮의 계원은 그저 흔한 유원지처럼 평화로워요.
다만 그 스탬프 도장은 좀 이상해요. 찍을 때마다 온 땅의 풍수 흐름을 따라 글자가 바뀌는데, 정작 그 글자가 무슨 뜻인지는 아무도 몰라요. 마치 원문이 사라진 주석처럼요.

하지만 영업이 끝나면, 계원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내요. 안내원과 정원사, 경비원이던 직원들이 등불지기와 촛불지기로 바뀌어요.
그들은 괴이를 감시하고 변화를 기록하며, 밤의 계원을 떠도는 창괴들을 유도해요. 이 모든 인간 직원이 사실은 사세대라는 조직의 편제예요.
사세대의 뿌리는 아주 오래됐어요. 옛 전쟁에서 베헤모스에게 맞선 이들이 살아남아, 그 경험과 기술을 후대에 전수하며 이 조직이 생겨났거든요.
2. 촛불을 밝히는 사람들
계원 입구 근처엔 촛불 사당이 있어요. 낮엔 관광객이 향을 올리는 곳이지만, 영업이 끝나면 사세대가 계원을 관리하는 본부가 돼요.
염국 사방에서 모여든 촛불의 빛 아래, 지촉인들은 저마다 자신의 촛불을 밝히고 직책을 되새겨요. 진무식을 치르러 온 이들이에요.

진무식이란, 해마다 되풀이되는 의식이에요. 계원에 들어와, 쉐이의 이름으로 위엄을 세워 진압하고, 생각으로 어루만지는 일이죠.
쉐이 대리인과의 전투를 거쳐, 인간의 권한을 이 계원을 통해 쉐이의 급소에 꽂아 넣는 거예요. 지촉인의 직책은 대대로 이어져요.
맹수조차 하늘의 파울비스트를 사냥하지 못하는데, 인간이 어떻게 계원의 주인을 해칠 수 있겠어요. 그럼에도 이 의식을 되풀이하는 것 자체에, 그 나름의 의미가 있어요.

그런데 대체 무엇을 진압한다는 걸까요. 계원의 산과 물과 건물 아래, 아주 오래전부터 잠들어 있는 존재가 있어요.
3. 잠든 옛 신, 쉐이
쉐이는 예로부터 한결같은, 거대한 옛 베헤모스예요. 그 형상은 웅장하고, 계원의 가장 깊은 곳인 쉐이 능묘가 곧 그의 육신이에요.
먼 옛날, 이 땅엔 신 같은 존재들이 있었고, 인간은 베헤모스와 힘을 합쳐 그들을 사냥했어요. 그게 대사냥의 시대예요.

당시 수많은 가정이 재산의 절반을, 때로는 전부를 조정에 바쳤어요. 부자가 어깨를 나란히, 모녀가 함께 줄을 서서 신 같았던 존재를 흔들려 했어요.
수많은 가정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어요. 그들의 몫이었던 주화는 한데 녹여져 백조의 열사 기념비가 됐고요.
연말마다 계원에서 하늘로 쏘아 올리는 불꽃은, 원래 그 참담한 승리를 애도하던 풍습이었어요. 애도가 추억으로, 다시 축하로 바뀌었을 뿐, 풍습 자체는 변하지 않았어요.
쉐이는 죽지 않고 잠들어 있어요. 그 잠 속에서도 자신의 몸을 짓밟게 두지 않고, 기억과 생각을 뒤흔드는 걸 허락하지 않아요.
쉐이가 깨어나려 할 때마다, 분노의 결정이 가시처럼 돋아나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릴 기회를 엿봐요. 계원은 바로 이 각성을 막기 위해 세워진 거대한 진압 장치예요.
밤의 계원을 떠도는 창괴들은, 그 쉐이의 영향을 받아 영성이 깃든 사물들이에요. 진압 기둥 곁에 서면 오감이 사라지며 의식이 팽창해요. 구름을 뚫고 대지를 내려다보는, 그 고대의 베헤모스처럼요.
학당의 스승 막일은 그런 창괴들에게 사람으로 사는 법을 가르쳐요. 쉐이의 영향은 창괴가 되는 조건일 뿐, 창괴가 될지 말지는 각자의 본성과 선택이라고 하면서요.
4. 주화가 땅에 떨어지니, 천지가 변하리라
밤의 계원엔 인간의 세월이 스민 이야기가 가득해요.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주화 한 닢으로 시작돼요.
구오의 바위로 쌓은 석산은 '돌 할아범', '돌 재물신'으로도 불려요. 머리에 보탑을 이고 허리에 만금을 둘렀는데, 매일 얻어맞아도 화내지 않고 그저 사람들의 재물운을 빌어줘요.

주화를 던지면 세월이 그것을 바꿔놔요. 주화가 땅에 떨어져 사당이 되고, 학궁이 되고, 새로운 세상이 열려요. 인간의 세월이 그 한 닢 한 닢에 숨어 있어요.
계원 곳곳엔 저마다 한 편의 비극과 소동을 품은 이들이 떠돌아요. 반반으로 회전하는 신혼방에 갇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80여 년을 살아온 연인이 있어요. 10년에 하루만 겨우 마주하던 그들은, 이제 함께하는 것 말고는 다른 소원이 없어요.
지주에게 살해당한 뒤 스스로 밭을 가는 농부의 과수원, 사백 년을 한 주기로 불타고 눈물짓기를 되풀이하는 동해의 호박석도 있어요. 저마다 세월에 붙들린 채, 이 계원 말고는 갈 곳이 없는 외로운 것들이에요.
수정구 속 작은 마을 '동심'은 더 서늘해요. 전쟁을 피해 영원한 이상향을 빌었던 마을 사람들이, '신'의 은혜로 그 구슬 안에 대대로 갇혀 살아요. 밖으로 나오길 원하지 않는 한, 구슬은 영영 그들을 '보호'해요.
그런가 하면 실없는 웃음도 있어요. 스스로 '덕로드'라 칭하며 '계원 파라다이스' 사업을 떠드는 오리, 서방인이 열었다는 '밥 사장네 체인점', 창괴들에게 투자유치를 하는 자라크까지요.
탐욕의 회랑은 주화 하나를 주우면 더 많은 주화를 바라게 만들어요. 끊임없이 팽창하는 그 욕망이야말로, 이 회랑이 가장 즐기는 식사거든요.
5. 열둘의 대리인
계원의 진짜 주인들은 쉐이 대리인이에요. 쉐이의 상념에서 깨어난 열둘의 베헤모스 신으로, 저마다 하나의 영역을 다스려요.
붉은 뿔의 니엔은 마작 한 판에 목숨을 거는 도박꾼이에요. "한 명이 부족해, 얼른! 미리 말해두는데, 베팅이 좀 높아. 그래야 재미있지." 지면 꼬리로 판을 홱 쓸어버려요.
술잔을 폭포처럼 기울이는 링은 주화를 던져 운을 겨루자고 청하고, 논밭을 감싼 슈는 사람들의 소망을 씨앗 삼아 온갖 열매로 거둬줘요. 총웨는 곁에서 무를 독려하고요.
그중에서도 계원의 주인은 이예요. 제작에 능한 그는 좋은 물건이라면 저항력을 잃는 '이 선생님'이기도 해요. 마음에 드는 걸 내놓기만 하면, 그는 절대 인색하지 않아요.

이의 동생 지는 형과 수익 배분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장사꾼이에요. 상처를 없애 주는 떠돌이 젊은 의원, 과묵한 율관, 그림 속에서만 사는 화가까지, 대리인은 저마다 개성이 뚜렷해요.
먹을 뿌리고 붓을 휘두르는 화가 대리인은 자기 그림 속에서만 살아요. 불청객처럼 그림에 들어선 박사에게 곱지 않은 얼굴을 보이면서도, 염국의 노친네들에게 남긴 신표를 알아보고는 마지못해 일을 마무리 지어 줘요.
박사는 이 대리인들의 힘을 빌려 쉐이의 모습을 그려 나가요. 화룡점정처럼 한 획 한 획을 더할수록, 잠든 쉐이의 몸과 정신에 조금씩 가까워져요. 잠든 신을 억누르려면, 먼저 그 신을 온전히 그려내야 하거든요.
그리고 그 열둘 중엔, 세월이 이름마저 지워버린 하나가 있어요. 편액에 글자 하나 새길 수 없는 사당처럼, 존재 자체가 깨끗이 지워진 대리인이에요. 그런 지움은, 결코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6. 잔식으로 가는 다리
천사부는 승천이라는 기술을 익혀요. 촛불이 흔들림 없이 타오르면 의식이 육체를 벗어나, 잔식 — 쉐이의 잔여 의식이 이룬 세계로 들어갈 수 있어요.
잔식 속엔 대사냥 시절의 군영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던 인간과 베헤모스의 마지막 기억이 남아 있어요. 그 기억을 흔들면, 현실의 쉐이도 흔들릴지 몰라요.
창물방의 류아는 이 잔식과 주화를 연구하는 발명가예요. 그녀 등 뒤엔 이따금 꽃잎 모양 그림자가 어른거리는데, 그건 그녀 자신의 미래의 잔영이에요.
사세대엔 불문율이 하나 있어요. 자신의 환영을 마주하면 미래가 기정사실이 된다는 것. 그래서 그 그림자는 침묵의 신호를 보내고, 과거의 자신인 류아의 옷깃을 여며준 뒤 흩어져요.
잔식의 경계에 들어서면 허와 실의 판단을 잃기 쉬워요. 능묘가 곧 쉐이의 육신이라는 생생한 감각과, 백 리에 걸친 옛 군영과, 멀리 아른거리는 베헤모스의 허상이 사람을 방황하게 만들거든요.
그 잔식 속 마지막 기억에선, 척후병 하나가 자꾸 뒤를 돌아봐요. 그가 돌아본 곳엔 쉐이가 있고, 쉐이의 그림자가 군영과 출발하려는 이들을 뒤덮고 있어요. 그는 서둘러 그 그림자에서 빠져나와요.
박사가 계원에서 쌓아 온 모든 탐색은 먹이 되어 하나의 두루마리에 모여요. 이 축적된 흔적은 계원과 쉐이 능묘의 비밀을 밝히고, 나아가 미완의 기물을 깨우기에도 족해요.

7. 왕의 바둑판
계원 어딘가엔 이제 막 시작된 바둑 한 판이 놓여 있어요. 류아조차 오래 연구했지만 그 오묘함을 간파하지 못한, 왕이 남긴 대국이에요.
왕도 쉐이 대리인 중 하나예요. 팔방을 내다보는 존재로, 흑과 백, 옳고 그름을 한 뼘의 바둑판에 담아요. 그가 고른 상대는 다름 아닌 박사예요.

미리 짜 놓은 판에서 두라는 걸까요. 박사가 망설임 없이 판을 뒤집자, 바둑판은 공중에서 돌며 활자 인쇄판으로 바뀌고, 정중앙엔 '쉐이'라는 활자가 놓여 있어요.
생각이 실질적인 글자에 닿지 못하면 혼돈이 되고, 이상이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으면 헛된 망상일 뿐이에요. 바둑판을 하늘로, 인쇄판을 땅으로 삼아, 능묘의 문 밖에 입구가 만들어져요.

쉐이의 각성엔 수많은 변수가 따르니, 왕은 그 모든 변화에 맞설 방도를 마련해야 했어요. 이미 인간을 바둑돌로 둔 이상, 그들을 위한 만전지책을 마련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일을 도모한 것은 왕이로되, 일을 성사하는 건 인간들이다. 이제, 남은 것은 당신들에게 달렸다.
— 왕
8. 다섯 개의 막 — 진무식의 끝
박사가 어느 시련을 통과하고 어떤 진실에 닿았느냐에 따라, 이 되풀이되는 의식은 서로 다른 다섯 가지 결말로 닫혀요.
의법진무 (依法鎭武) — 가장 정석적인 막이에요. 상고의 수호수 허우서우와 쥐서우를 제압하고, 법도대로 의식을 마치는 결말이죠.
계원의 진무식은 해마다 진행되고, 지촉인의 직책은 대대로 이어져요. 날카롭게 벼려진 이 검도, 계원이 그러하듯 쉐이를 굳게 억눌러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세상은 다시 하루를 살아가요.
장권유흔 (掌卷遺痕) — 열둘에서 하나가 빠졌으니, 결코 완벽할 순 없어요. 지워진 그 대리인의 자취를 좇는 결말이에요.
사당에서 본 것은 비록 사라졌지만, 분명한 건 그녀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거예요. 먹이 스민 두루마리를 통해, 언젠가 누군가가 그 지워진 과거를 다시 보여줄지도 몰라요.
이름을 잃은 대리인은 그렇게, 이름이 아니라 흔적으로 남아요. 열두 잔 중 하나가 비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한 벌처럼요.
흑백현묘 (黑白玄妙) — 진무식을 쉐이 능묘로 끌어들인 건 인간이지만, 결국은 왕이 유도한 결말이에요.
마치 그가 바둑을 두는 것처럼요. 흑과 백, 옳고 그름이 한 판에 얽혀 들어요. 그가 벌인 이 거대한 대국은 대체 언제쯤 끝이 날까요. 박사는 이미, 왕의 바둑판 안에 들어와 있었어요.
쉐이는 옳고 그름의 분명함 따위엔 관심이 없어요. 아무리 교묘하게 세상을 바꿔놔도, 쉐이의 마음에 들어야만 그 능묘에 발을 들일 수 있어요. 왕은 바로 그 마음마저 판 위의 한 수로 계산해 둔 거예요.
무중생유 (無中生有) —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무언가가 태어나는 결말이에요. 계원의 주인 이가 지키던 미완의 기물이, 마침내 인간의 손으로 완성돼요.
박사는 잔식에서 대사냥의 한 조각을 보았고, 글자 하나 없는 두루마리엔 먹이 옅게 번져요. 이로써 글자를 만들고, 책을 짓고, 학문을 세워요. 그렇게 창괴도 사람도, 마침내 인간이 될 수 있어요.
현실과 쉐이의 잔식 사이를 가로막던 얇은 장벽이, 그 순간 깨져버려요.

낙장불입 (落張不入) — 숨겨진 진짜 막이에요. 대리인의 미래를 인간이 쉐이 능묘 밖으로 가지고 나오는 결말이죠.
그러자 왕은 전력을 다해, 유한한 무한 속에서 쉐이의 모든 망념을 깨뜨릴 수 있게 돼요. 왕의 계략 아래, 박사는 쉐이의 신생을 가르고, 염의 불길과 대리인의 환상마저 소멸시켜요.
잠든 옛 신을 다시 재우는 데 그치던 의식이, 처음으로 그 신을 끝내는 데까지 나아간 거예요. 물론 그것조차, 왕이 오래전에 깔아 둔 포석의 한 수였겠지만요.
어느 막으로 의식이 닫히든, 계원은 매번 존과 순서를 바꿔가며 다시 문을 열어요. 낮의 관광객으로 들어선 이가 어느새 밤의 지촉인이 되고, 잠든 신은 능묘 아래에서 다시 각성의 순간을 기다려요.
산 좋고 물 좋은 계원은 오늘도 낮이면 관광객을 맞이하고, 밤이면 촛불을 밝혀요. 열둘의 대리인은 저마다의 놀이로 손님을 붙들고, 잠든 쉐이는 능묘 아래에서 깨어날 순간만 엿봐요. 그리고 개막도 종막도 아직 왕의 몫으로 남은 채, 이 거대한 대국이 언제 끝날지는 다음 진무식으로, 또 그다음 진무식으로 미뤄둔 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