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나트 하마이트는 샤 시대부터 강 하나를 붙들고 천 년을 버텨온 사막 도시예요. 범람 축제를 코앞에 두고 온 거리가 보석과 인파로 들썩이는 중이고요.
근데 이 도시 박물관 부관장 티티의 오랜 친구, 고고학자 페페는 축제 따위 안중에 없어요. 딱 두 달 뒤, 동생이 자기 대신 '사관'이 되어 황금의 도시로 떠나거든요.
그 전에 뭐라도 증명해야 해요. 그래서 페페가 생각해낸 방법은 — 내일 개관할 박물관 특별전의 주인공, 천 년 된 미라의 가슴팍에 정체불명의 보석을 몰래 쑤셔 넣는 거였습니다.
1. 미라와 밀회했더니, 다음 날 사람 흉내까지 내네요
페페는 티티의 출입증을 빌려 한밤중 박물관에 숨어듭니다. 아르살란의 전대 연구자가 남긴 단서 — 미라 몸 곳곳에 심장·폐·위장·간을 상징하는 보석을 넣으면 뭔가 일어난다는 거였죠.
첫 보석을 넣자 정말 미라 가슴에서 푸른빛이 돌아요. 하필 그 순간 경비원이 순찰을 돕니다. 페페는 부랴부랴 숨었고, 미라는 정신을 못 차린 채 그대로 개관일 아침을 맞습니다.
다음 날 개회사 도중, 관장 대행 아나트의 귀를 누군가 슬쩍 잡아당겨요. 늘 하던 티티의 장난인 줄 알았는데 — 뒤돌아보니 티티는 저 멀리 관객석에 있었습니다.
미라가 움직인 거예요. 페페는 밤새 미라를 사람처럼 걷게 하는 법을 익혔거든요(안는 법도, 넘어지는 법도 포함해서). 소동 끝에 미라가 말도 할 수 있다는 게 밝혀지고, 그는 자신을 주바이르라 소개합니다.
심지어 성격도 있어요. 벽을 모래로 만들어 지나가거나, 페페 몰래 도시 구경을 하고 싶어 하는 정도로요. 그 소동 통에 박물관 구석에서는 미노스에서 온 관광객 아스파시아가 엉터리로 전시된 자국 유물을 보고 분노하고 있었어요.
"이건 다 잘못됐어!" 하며 하나씩 챙기던 아스파시아는, 얼떨결에 혼란에 빠진 관람객들을 침착하게 이끄는 영웅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문제는, 이 틈을 노리는 사람이 또 있었다는 거예요 — 파디샤의 딸을 노리는 밀매업자 나란투야.

나란투야의 계획은 완벽했어요. 딱 하나, 노리던 방에 이미 천 년 묵은 경호원이 있었다는 것만 빼면요. 정신을 잃은 나란투야는 그대로 창밖으로 끌려 나갑니다.
2. 조각 다섯 개짜리 보물찾기, 곁들여진 뇌물 한 스푼
주바이르는 페페에게 사연을 들려줍니다. 자신은 샤의 보물창고를 지키는 수호자였고, 위치의 단서는 보석 다섯 조각에 나뉘어 있다고요. 하나는 이미 찾았고, 넷이 남았습니다.
대신 조건을 하나 답니다. 해가 뜨는 걸 보고 싶다고. 페페는 주바이르를 몰래 데리고 나가고, 그랜드 바자르를 걷던 주바이르는 오랜만에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봅니다.
그대에게 인사를, 호라헤트여.
— 주바이르
천 년 만의 첫인사였어요. 마침 강가 풍작 집회에서 세 번째 단서를 발견해요. 대회 우승 상품으로 걸린 물건이었지만, 참가하려면 진귀한 소장품이 필요했습니다.
페페는 가보인 황금 슬리퍼 한 짝으로 심사위원을 매수하고 협박해 '정확히 2등'을 받아내요. 근데 1등 참가자도 미리 짜고 순위를 양보한 거였고, 결국 페페가 1등을 하게 됩니다.
한편, 정신을 차린 나란투야는 자길 구해준 미노스 관광객 아스파시아를 "믿음직한 부하"로 스카우트했다고 착각해요. 아스파시아는 그 대회에도 참가해요 — 은메달 10개를 걸고요.
두 사람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에요. 나란투야가 뭘 물어도, 아스파시아의 대답은 한결같거든요.
소통은 이해의 초석이야.
— 아스파시아
3. 구름표범이 다섯 번째 단서를 게워냈습니다
네 번째 단서는 익명의 초대장으로 찾아와요. "혼자 오라"는 문구까지 완벽한 함정이었지만, 페페는 아랑곳 않고 갑니다.
그사이 티티는 애지중지하는 구름표범 미오를 붙들고 "아나트가 자기 소신을 지켰으면 좋겠다"며 하소연해요. 그러다 미오가 갑자기 보석 하나를 게워냅니다. 네 번째 단서였어요.
그사이 특별전이 정식으로 개관하면서 박물관은 아수라장이 돼요. 웨딩드레스 입고 몰려온 열성 팬, 미라 다리를 두드려보는 아이, 동전을 던져 넣는 관람객까지 — 주바이르는 그 와중에도 성실하게 관람 예절을 안내합니다.
함정을 판 건 나란투야였어요. 근데 미끼 보석이 별 게 아니란 걸 알고는 계획을 바꿔요. "가짜 미라"(사실 진짜 주바이르, 본인 동의하에)를 보석 거래소 관리인 라즈바르에게 팔아 목돈을 마련하기로요.
거래는 순조롭게 끝나요. 근데 그 직후, 라즈바르의 애완동물 미오와 우프가 은밀히 대화를 나눕니다. "잘했어, 라즈바르." — 그냥 애완동물치고는 말투가 좀 이상하죠.
4. 동생은 이미 떠났대요, 다들 알고 있었으면서
사라진 주바이르를 찾아 나선 페페에게, 아나트가 뒤늦게 고백해요. 두 달 뒤라던 동생의 출발일이 사실 이미 지났다고. 아버지가 손을 써서, 페페가 유적 답사를 떠난 사이 동생을 먼저 보내버린 거예요.
동생이 남긴 말은 하나였어요.
이번 생에 당신과 다시는 만날 기회가 없다는 걸 안다면서, 제 목소리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했어요.
— 아나트
페페는 자기가 동생을 이기고 싶었던 게 아니라, 동생 혼자 그 도시에 남는 게 싫었을 뿐이라는 걸 깨달아요. 그리고 동생도 자기와 똑같은 마음이었다는 것도요.
한편 라즈바르의 보석 거래소에서는 주바이르가 미오, 우프와 재회해요. 셋 다 완전히 예전 모습을 되찾았고요. 주바이르는 이제 두 사람에게 부탁 하나를 합니다 — 나란투야의 혈통을 확인하고, 페페가 함께할 자격이 있는지 시험해 달라고.
5. 미라가 도시를 무단으로 리모델링 중입니다
라디오에서 속보가 나와요. 도시 곳곳에서 금속 인형들이 집을 부수고 보석을 약탈한다고. 범인은 주바이르가 회수한 '보석 구조체'들이었어요.
수도꼭지에서는 물 대신 모래가 나오고, 거리엔 모래로 빚은 거대한 기둥과 벽이 솟아올라요. 주바이르가 기억 속 옛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고 있는 거였죠.
그 앞에서 주바이르는 라즈바르에게 도시의 진짜 역사를 들려줍니다. 300년 전, 자신을 지키려던 보석 장인 마을 사람들의 손이 잘렸고, 이미 두 손을 잃은 한 장인이 자진해 군대를 안내한 뒤 그 장인의 아이가 라즈바르 가문의 시조가 되었다고요..

라즈바르 가문은 그 후로 대대손손 그랜드 바자르에 저울을 놓고, 사르곤의 모래가 전부 보석이 되어 이 도시에 모일 그날을 기다려 왔어요.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던 거예요.
6. 시험이라면서요, 근데 방식이 통째로 삼키기
도시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코미디는 계속돼요. 티티는 아나트를 업고 도망치며 "뒤돌아보지 마, 관장님이 아끼는 부조벽 부서지는 거 보면 심장에 안 좋아"라고 하고, 아나트는 신들에게 기도문을 쏟아냅니다.
나란투야도 도망치려던 참에, 자길 쫓던 금속 인형들이 갑자기 얌전해져요. 이미 시험을 통과했다는 뜻이었죠. 우프가 확인해요 — 나란투야는 정말로 샤의 옛 숙적, 카란두 카간의 후손이라고.
정작 페페는 골목에서 낯선 짐승과 마주쳐요. 작아 보였던 그 동물이 순식간에 거대한 맹수로 변하더니, 페페를 통째로 삼켜버립니다.

7. 통과의례라는데, 왜 다들 이렇게 필사적일까
삼켜진 페페 대신, 나란투야가 먼저 시험대에 올라요. 꿈속에서 자기 부족의 출발 의식을 다시 겪지만, 정작 본인은 "천도가 너무 무섭다"며 도망치려 해요.
현실에서 나란투야를 지켜준 건 아스파시아였어요. 진짜로 덮쳐온 짐승으로부터요. 두 사람은 그 와중에도 티격태격하면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갑니다.
한편 아나트와 티티는 폭주하는 보석 구조체들이 내는 역사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나가요. 아나트가 제일 좋아하는 책 《대지 여행》을 뒤져가며, 학창 시절 티티가 해준 말을 떠올리면서요.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계속 말하면 돼, 아나트.
— 티티
그사이 페페는 짐승의 뱃속, 낯선 호숫가에 서 있어요. 물속에서 나온 소년이 페페를 보고는 이렇게 부릅니다. "누나."
8. 천 년 전, 어느 오빠가 아버지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유
이제부터는 농담이 없어요. 페페는 주바이르의 평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봅니다. 전쟁에서 승리에 도취했던 소년, 아버지의 수비대를 물려받은 청년, 그리고 아버지가 실종된 뒤 홀로 남겨진 두 남매.
남매 중 누나는 슬픔을 역사서 편찬으로 승화시켰어요. 아버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기록해서, 언젠가 태어날 자손이 이어가도록. 그게 바로 페페의 가문이 대대로 '사관'을 맡아온 이유였습니다.
화려한 명예도, 신성한 사명도 아니었어요. 그냥 아버지를 그리워하던 한 아이의 마음이었을 뿐. 전쟁에서 크게 다친 동생은, 침상에 누워서 죽어가는 대신 몸을 영영 다른 것으로 바꾸는 길을 택했고요.

페페는 자신이 좇던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일'도 결국 이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아요.
잊지 말아야 한다면, 고통이 따르더라도 기억해야 해.
— 페페
9. 보물창고의 진짜 보물은, 사실 자기 자신이었다

시험을 통과한 페페는 진짜 주바이르와 마주해요. 창고 안에는 아버지 루갈샤르거스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가득해요. 누나가 남긴,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의 아카이브였죠.
페페의 이마 장식이 주바이르 누나의 것과 똑같다는 사실도 밝혀져요. 우연이 아니라, 페페 가문이 그 누나의 유지를 이어받은 거였으니까요.

주바이르는 영원한 생명을 주겠다고 제안해요. 페페가 거절하자 담담히 말합니다. 자신의 회로에는 '침입자를 막으라'는 명령이 새겨져 있어, 이제 그 자신도 멈출 수 없다고.
결국 둘은 맞붙어요. 망치를 든 스물두 살 고고학자와, 천 년을 살아온 수호자의 싸움. 눈을 감고 소리만으로 상대를 쫓던 페페가 마침내 일격을 명중시킵니다.
10. 손을 놓아야, 놓아줄 수 있어
망치가 닿은 자리, 주바이르 가슴속 보석에 금이 갑니다. 다시는 고칠 수 없는 균열이었어요. 그는 웃으며 마지막 부탁을 해요 — 자신을 보석 중심부로 데려다 달라고.
페페, 손을 놓아라. 나를 보내줬으면 한다……
— 주바이르

창고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해요. 주바이르는 물속에서 서서히 금빛으로 녹아내리며, 미소 지은 채 눈을 감습니다.

같은 시각, 지하 수로 반대편에서는 나란투야가 아스파시아 몰래 심연으로 뛰어내려요. 도시를 가라앉힐 균열을 막으려면 그 방법뿐이었거든요.
정신이 흐려지던 페페를 물속에서 건져 올린 것도 나란투야였어요.

나란투야가 열어젖힌 창고 문에서 금은보화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요. 쌓인 보물이 지반의 틈을 메우고, 도시를 가라앉음에서 구해냅니다.

도시는 살아남았어요. 구조체들은 다시 멈췄고, 수로엔 맑은 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페페는 젖은 몸으로 중얼거려요.
호라헤트여, 부디 그의 영혼에 안식을.
— 페페
그 후, 찬란한 도시는
아나트는 관장 대행 자리를 내려놓기로 해요. 대신 존경하던 여행가 에릭슨의 펜팔이 되어 세계를 돌아보기로 하고요. 박물관은 티티가 정식으로 물려받습니다.
나란투야의 부하 아야지와 아야니는 박물관에 정식 채용돼요. 나란투야 본인은 "빚은 이제 없다"며 옛 동료들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홀로 다음 '천도'를 떠납니다.

이 모든 건 내가 선택한 거야!
— 나란투야
미오는 뜻밖의 선언을 해요. 자신이 줄곧 말을 할 수 있었다는 걸 밝히며, 티티를 "사육사"로 간택하겠다고요. 우프는 아직 살아있는 이 도시에 남기로 하고요.

그리고 6개월 뒤, 페페 앞에 황금의 도시에서 온 사자가 나타나요. 왕중왕이 직접 그녀를 도시로 초청한다고 전하면서요.
도시는 다시 예전처럼 반짝여요. 강물도 여전히 흐르고요. 다만 이번엔, 그 물결 아래 천 년을 기다렸던 누군가가 마침내 편히 쉬고 있다는 것만 다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