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년 전 미츠쿠에를 떠난 오니족 여자가 있었어요. 사람들은 그녀를 '외뿔의 오니', 줄여서 '아오오니'라 불렀죠. 밤마다 원한 맺힌 자들을 찾아 죽이고 다닌다는 소문까지 붙었고요.
정작 본인은 그 시간 내내 용문에서 근위국 경관 노릇을 하며 조용히 지내고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양아버지 텟사이가 카지마치의 장례식을 치른다는 편지가 도착합니다. 재개발로 사라지기 전에 옛정을 나누자는 내용이었죠.
그렇게 20년 만에 돌아온 첫날 밤, 호시구마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콘서트장에 난입해 아이돌 하나를 기절초풍시킨 거였어요. 고향은 이렇게,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그녀를 맞이합니다.
1. 귀향 첫날 밤, 유령 취급당하는 원조 오니
그날 밤, 카지마치에서 촬영된 영화 《악귀의 탄생》으로 데뷔한 배우 겸 가수 모모카는 인생 첫 주연을 맡았던 영화 《악귀의 탄생》 기념 콘서트 중이었어요. 하필 그 영화 소재가 '외뿔의 오니' 괴담이었죠.
앵콜을 기다리던 찰나, 무대 뒤에서 정말로 외뿔 달린 오니가 나타납니다. 모모카는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쥔 채 주저앉았어요.
악귀, 이이이이건 볶은 콩이야! 다다다가오면 뿌려버릴 거야! 귀신은 가고, 복은 들어오고!
— 모모카
정작 상대는 그냥 조용히 집에 가려던 여행객이었습니다. 그 오니가 바로 호시구마였어요. 쫓아온 경찰을 피하다 우연히 무대 위로 밀려 올라간 것뿐이었죠.
그날 밤 이후 모모카는 '진짜 괴담을 목격한 연예인'으로 도시 전체의 화제가 됩니다.
2. 다녀왔습니다, 근데 아무도 안 반가워하네
호시구마는 밤새 경찰서에 붙잡혀 있다가, 형사 코레토가 내온 극동식 가츠동을 허겁지겁 비웁니다. 20년 만에 처음 먹는 고향 음식이었어요.

풀려나 카지마치로 돌아가니, 반가운 얼굴 대신 텟사이의 부하였던 미후네가 조직원의 목을 베어 위세를 떨치고 있었어요. 텟사이가 나서서 나무라자, 미후네는 그 자리에서 자기 손가락을 하나 잘라 바치며 말했죠. "이거로 해결된 거겠죠?" 텟사이는 나중에 딱 잘라 말합니다.
"손가락을 자르는 게 연기가 아닌 줄 알았느냐. 저건 모욕이었다."
알고 보니 장례식 편지도 텟사이가 아니라 미후네가 위조한 거였습니다. 텟사이는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어요. "20년 전, 헤어지고 나면 다시는 연락하지 말자고 했지. 난 그 약속을 깰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호시구마의 옛집은 이미 10년째 아무도 안 사는 흉가가 되어 있었고요.
거리에선 가면 쓴 청년 테츠야가 목검을 들고 시비를 걸어와요. 알고 보니 텟사이가 재혼해서 얻은 아들, 즉 텟사이가 재혼해서 얻은 친아들이었죠 (호시구마는 텟사이가 딸처럼 거둬 키웠을 뿐 친딸이 아니며, 호시구마의 친아버지는 킨세키가이 초대 회장이자 의사였던 별개 인물로 이미 살해당했기에 테츠야와는 혈연관계가 전혀 없음). 손 몇 번 섞기도 전에 금나술 한 방에 제압당하지만요.
이건…… 무도토리?!
— 테츠야
호시구마의 심드렁한 대답이 이어집니다. "만화 좀 적당히 봐, 이건 기본 중의 기본, 금나술이라고."
3. 흉가 청소하다가 또 유령 취급
한편 모모카는 어젯밤 소동 수습 명목으로, 기획사로부터 '오니의 집 탐방' 방송을 강매당해요. 다름 아닌 호시구마의 옛집이었죠.
어둠 속에서 집을 치우던 호시구마와 촬영 중이던 모모카가 다시 마주치고, 모모카는 또 한번 비명을 지르며 도망칩니다. 그 와중에 바닥에서 부러진 칼 한 자루를 주워 몰래 챙겨 가고요.
문제는 그날 밤, 모모카의 방 TV가 멋대로 켜지며 미후네와 비서 미오의 대화가 흘러나온 거예요. "모모카가 그 부러진 칼을 주웠어. 조용히 없애 버려." 미오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까지도, 모모카는 그게 자기 얘기인 줄 몰랐습니다.

4. 오니, 아이돌, 정보상, 그리고 자칭 신 — 콩가루 원정대
도망친 모모카를 호시구마가 얼결에 지켜주게 되면서, 둘은 니타 거리 어묵 포장마차 사장 모리우치와 합류해요. 모리우치는 어릴 적 자기 가족을 구해준 신을 20년째 찾아다니는 정보상이었죠.
실마리는 미츠쿠에 괴담의 원흉 '와뉴도' —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탄다는 외발자전거였어요. 신사까지 쫓아가 붙잡고 보니, 정체는 심심해서 남의 괴담이나 쫓아다니던 시큰둥한 신이었고요.
네가 사라진 뒤로 미츠쿠에에 괴담이 떠돌았어. 내가 심심풀이로 그 괴담을 쫓아다닌 게 잘못은 아니잖아?
— 호기심 많은 신명

정작 자기가 괴담의 8할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자각은 없었습니다. 모리우치가 진짜 찾던 신은 따로 있었고, 오랜만에 재회한 그 신은 뜻밖의 말을 건네요. "돈이 곧 행복 아니었어? 킨베에 자리를 뺏으면 원하는 걸 다 가질 수 있어." 한참을 망설이던 모리우치가 답했습니다.
저도 친구가 필요합니다. 진짜 친구가.
— 모리우치
5. 알고 보니 부동산 때문이었다
흩어진 단서를 모으자 전체 그림이 드러났어요. 20년 전 의원 후보 살해 사건, 흉가 괴담, 최근의 여론몰이까지 — 전부 미후네가 카지마치 땅을 차지하려 벌인 조작극이었습니다.
모모카가 겪은 괴담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자기가 출연했던 방송의 '괴담'들이 전부 미후네의 연출이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모모카는 완전히 무너집니다.
제가 믿었던 괴담들이…… 전부 가짜였다고? 그럼 하뉴 모모카는 기획사한테 그냥…… 킨세키가이를 가려주는 미끼였을 뿐이었어?
— 모모카
흉가 소동의 시작이었던 '아오오니의 저택' 역시 오니도 원귀도 아닌, 그저 부동산 개발 계획 때문에 만들어진 이야기였어요.
무너지던 김에 모모카도 그동안 숨겨온 진짜 이름을 꺼냅니다. 본명은 '시노 하루카', 수질오염으로 유명한 남부의 몰락한 도시 고카와 출신이었어요.
아버지는 그녀가 어릴 때, 어머니는 그녀가 연예계에 막 발을 들인 무렵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기획사는 그 출신을 감추려 예명에 일부러 '북쪽' 이미지를 넣었죠.
나는 연예인밖에 될 수 없어, 하뉴 모모카밖에 될 수 없지. 기획사에서 나를 버리고 킨베에가 날 죽인다 해도, 나는 하뉴 모모카야.
— 모모카
6. 제일 조용하고, 제일 무거운 한 소절
닌자들의 습격 끝에 텟사이의 아들 테츠야가 진실을 알게 됩니다. 아버지 텟사이가 20년 전 자기 어머니를 저버렸던 것도, 자신이 여태 따르던 미후네의 도구였다는 것도요.
미후네는 텟사이 앞에서 테츠야의 사진을 흔들며 협박했어요. 카지마치 땅문서에 지장을 찍지 않으면 테츠야가 진실을 알게 될 거라고요. 텟사이는 결국 지장을 찍었지만, 미후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카메라 너머로 아들의 절규를 들으며, 텟사이는 미후네의 칼에 찔립니다. 호시구마가 달려왔을 땐 이미 늦은 뒤였어요.

카지마치가…… 오랜만에 북적이는구나.
— 텟사이
7. 죽은 사람과 마시는 술, 그리고 계엄령 코스프레
호시구마는 홀로 술을 따라 텟사이의 몫까지 비웠어요. 코레토 형사가 찾아와 용문으로 돌아가라 설득했지만, 호시구마는 대신 오랜 친구들이 준 붕대로 칼자루를 감았습니다. "이 붕대가 내 손에 있는 한, 나는 폭주하지 않아."
갇혀 있던 모모카와 키치세이를 구하러 방송국에 잠입하는 데는, 뜻밖의 조력자가 힘을 보태요. 감금된 모모카 앞에 몰래 나타나 미후네의 감시망을 해킹해 주던 방송국 내부의 정체불명 인물, 사라사였죠. 사라사는 도시 전역에 가짜 '호쿠인 침공' 경보를 띄워 미츠쿠에를 통째로 뒤흔듭니다.

방송국에 들이닥친 호시구마는 조직원들을 밀어붙이며 외쳐요. "귀신은 가고 복은 들어오고? 아니, 나 때는 반대로 외쳤어. 복은 가고, 귀신은 들어오고." 20년 전 그녀를 쫓아내려 뿌려지던 팥이, 이번엔 그녀 편에서 흩날립니다.
한편 경찰서를 지키던 코레토 형사에게도 압박이 들어와요. 오늘 소동을 이유로 사표를 쓰라는 상부 지시였죠. 형사는 종이를 찢어버리며 답합니다.
"경찰이 보호하는 건 그 인간의 구역질 나는 목숨이지, 역겨운 돈이 아니라고."
8. 괴담의 여왕, 생방송으로 사표 던지다
사라사가 취임식 생중계 회선을 가로채고, 모모카는 미츠쿠에 전역에 방송되는 무대에 섭니다. 그동안 자신이 겪은 모든 괴담이 조작이었다는 것, 그리고 배후가 미후네라는 것을 낱낱이 밝혔어요.

설령 거짓말 위에 세워진 삶이라고 해도…… 그게 우리의 삶이에요. 저는 제가 사랑하는 삶을 살 거예요.
— 모모카
말을 마치자마자 무대에서 그대로 기절했습니다. 역시 겁쟁이는 겁쟁이였어요.
방송 너머로 이 모든 걸 지켜본 미후네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고,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던 테츠야는 실패했지만, 등을 돌린 그를 미후네는 굳이 죽이지 않았습니다. "죽여야 할 사람이 더 많거든."
9. 삼검 대 반야, 그리고 20년 만의 작별
방송국을 정리하는 사이, 호시구마는 미오와 맞붙습니다. 손이 셋인 미오의 칼솜씨 앞에서도 반야는 흔들리지 않았어요. "억누르거나 폭주하거나, 둘 중 하나잖아?" 미오가 묻자 호시구마가 답했습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폭주하지 않아. 반야가 있다면 말이야. 물론 없어도 폭주하지 않겠지만.
— 호시구마
강변에서 마주한 미후네는 싸우기 전, 자신이 텟사이를 얼마나 미워했는지 길게 쏟아냈어요. "내가 말하는 건 의협도 임협도 아니야. 내가 말하는 건, 아름다움이야." 조직을 살리기 위해 흉가 괴담과 여론 조작까지 서슴지 않았던 그 나름의 항변이었죠.
황야, 강변, 폭죽, 사방으로 튀는 피, 그리고 높이 날아오르는 머리가 아름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거다.
— 미후네
결투는 짧게 끝났어요. 이긴 건 호시구마였지만, 굳이 목을 베지 않았습니다.
대신 20년 묵은 인연을 자기 손으로 끊어내기로 했죠. 미후네가 "내 칼에 네가 죽으면 무엇을 베었다 말할까" 묻자, 호시구마는 자신을 가리켜 "영원히 고향을 잃은 오니"라고 답했어요, 호시구마는 답했어요.
오니라고 해. 영원히 고향을 잃은 오니.
— 호시구마
불꽃 축제가 저물어 가는 강변 위, 축제도 결투도 다 놓친 그녀에게 모모카가 몰래 챙겨 온 작은 폭죽 하나를 내밉니다.

에필로그: 여름밤, 그 이후
용문으로 돌아온 호시구마는 스와이어, 린 위시아와 함께 별일 없었다는 듯 지냅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어묵 한 그릇 갖고 티격태격하는 중이었고요. 함께 바이크 경주를 하러 나온 후미즈키 부인은 말해요.
"미츠쿠에는 아직 꿈을 꾸고 있는 중이지만, 용문은 이미 깨어났다는 거예요."
카지마치 어묵집은 여전히 왁자지껄해요. 모모카는 로도스 아일랜드행을 준비하고, 사라사는 실은 호쿠인 4대 가문 니시고리의 영애였다는 게 밝혀지죠.
미오는 킨세키가이의 뒤처리를 홀로 떠맡기로 합니다. 얼굴을 가리고 다니던 테츠야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 이름 없는 방랑 협객이 되어 이웃 도시의 사기단을 때려잡았다는 소문만 남겼고요.
신사에서 재회한 신은, 자신을 이용하려던 부패한 의원에게 한마디만 남기고 떠나요.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 그 말을 진심으로 새겨들은 사람은, 결국 이 도시에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모리우치만이 열쇠고리 하나를 손에서 놓으며, 돈보다 사람을 택했다는 걸 스스로 증명했을 뿐이었죠.
미츠쿠에는 호시구마를 유령으로 착각하며 다시 만났고, 그녀는 이십 년 묵은 원한과 함께 카지마치를 완전히 떠났습니다. 폐허가 된 고향 대신 그녀가 챙겨 나온 건 복수도 눈물도 아닌, 강변에서 건네받은 불꽃 하나와 새로 사귄 친구들이었어요. 어쩌면 그게, 유령보다 훨씬 사람다운 결말이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