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명 라마르크 작전. 목표는 마그넷힐 2호 실험실에 숨은 미치광이 과학자 리바이 클리치코와, 그가 숨겼다는 방사능 폐기물이었어요.
코드네임 Ash, Blitz, Frost, Tachanka, 4인조 용병팀이 검문소를 뚫고 진입에 성공한 순간, 실험실 반응로가 통제를 벗어나 통째로 폭발해버려요.
정신을 차려보니 사막이었어요. 지구가 아니었죠. 그리고 이 별에는, 지구에는 없던 전염병이 사람들을 갉아먹고 있었어요.
1. 라마르크 작전, 그리고 사라진 실험실
리바이는 순순히 잡히는 대신 장치를 가동시켜요. 하얀 섬광과 함께 모든 게 사라지죠.
눈을 뜨자 벽에 커다란 균열이 나 있었고, 창밖은 온통 사막이었어요. 나침반도, 무전기도 먹통이었죠.
돌무더기 사이로 무언가 육중한 게 빠르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요. Tachanka가 제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려요. "이렇게까지 육중한 거미 본 적 있어? ……전투 준비!"
설상가상으로 집채만 한 샌드비스트 같은 괴물이 은신처를 습격해요. 껍데기가 어찌나 단단한지, 가진 총알로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죠.
먹히는 건 철갑탄뿐. 다리를 쏴도 멈추지 않는 놈을 상대로, Ash는 마지막 남은 유탄 한 발에 모든 걸 걸어요. 다행히 도박은 성공해요.

2. 184일째, 원석충과 두 개의 태양
기록으로는 벌써 184일째예요. 넷은 이 별의 말투에 맞춘 가명을 쓰며 버텨왔어요. 본명은 감춘 채, 이곳에서는 그저 Ash와 Blitz, Frost와 Tachanka로 살아가요.
Tachanka는 원석충이라는 이상한 달팽이를 애완동물로 키우고, 우르수스어로 된 책을 더듬더듬 읽어요. "얼핏 보면 키릴 문자 같은데, 자세히 보면 은근히 달라."
마을 의사 미아로우가 매번 의약품을 나눠줘요. 정작 자신도 이 별의 불치병, 광석병을 앓는 감염자예요.
감염되면 피부가 서서히 결정화되고, 결국 죽어요. 치료법은 없고 진통제만 있을 뿐이죠.
고물 자동차를 손에 넣긴 했지만, 엔진 구조가 낯설어 고칠 수조차 없었어요. "그나마 좋은 소식이라면…… 운전석은 왼쪽에 있다는 정도려나." Ash가 기록에 그렇게 적어 넣어요.
감염자들은 마을 밖 '감염자 구역'으로 쫓겨나 살아요. 문명과 야만 사이 어딘가에서, 넷은 그저 하루하루를 버텨요.
3. 돌팔매질 대소동, 그리고 텅 빈 위병소
무장한 마을 사람들이 감염자 구역 앞으로 몰려와요. 누군가를 내놓으라면서요.
정비사를 찾아 마을에 나갔던 쾨츠가 딱 걸려요. "고물 수집상"이라 둘러대 보지만 통할 리 없죠.
미아로우가 나서서 뜯어말리는데, 군중 속에 낯선 얼굴이 섞여 있었어요. 살카즈 용병들, 목적은 아직 알 수 없어요.
코언 일행이 총을 꺼내 들자 마을 사람들은 흩어져요. 하지만 습격은 이제 막 시작이었어요. 마을 곳곳에서 불길이 오르고, 괴물들이 땅을 뚫고 나와요.
4. 한편, 동굴 속에서는
마을이 소란한 사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다른 거래가 오가고 있었어요. 아미르의 아들 드러지가 늙은 과학자 리바이 클리치코를 다그치고 있었죠. "약속했던 잔인하고 강력한 군대는 어디 있나?"
리바이는 시체를 가져오라 요구해요. 감염된 자라면 더욱 좋다면서요.
께름칙해하면서도 드러지는 순순히 따라요. 아버지를 몰아내고 아미르 자리를 차지하려면 이 미치광이가 필요하니까요.
드러지의 뒷배는 컬럼비아의 어느 단체, '볼보트 코친스키'였어요. 돈이 될 광산 이권을 위해서라면, 살카즈 용병이든 미치광이 과학자든 가리지 않았죠.
동굴 안 인큐베이터에는 오리지늄에 뒤덮인 기괴한 합성체가 꿈틀대고 있었어요. 정작 그 장비들은 하나같이, 이 별에 있어서는 안 될 물건들이었죠.
"이 세계는 위대한 오리지늄의 축복을 한껏 받았다." 리바이가 홀로 중얼거려요. 그가 정말 어디서, 왜 이곳까지 왔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5. 이세계 최신예 무기고 개봉기
코언 일행은 부상자들을 데리고 로도스 아일랜드 안전가옥으로 피신해요. 다리가 부러진 경비 오크픈도 순순히 문을 열어줘요.
창고 안은 그야말로 보물창고예요. 유탄발사기, 지뢰, 처음 보는 설계의 폭발물까지 가득하죠.
"오리지늄 아츠를 쓸 줄 모르는 총기 사용자라니, 신기하군요." 오크픈의 감탄에 넷은 서로 눈치만 봐요.
이 별에는 총알 대신 마법 같은 '아츠'가 있고, 회복 물약 대신 그냥 붕대가 있어요. 넷에게는 둘 다 낯설긴 마찬가지죠.
"광석병도 없고 감염자도 없는 나라라니, 대체 거긴 어떤 곳입니까?" 오크픈이 눈을 반짝이며 물어요. 넷의 굳은 표정을 본 그가 슬쩍 말을 거두어요. "……방금 건 못 들은 걸로 하죠."
"이 세계 SF 소설은 대체 무슨 내용일지 궁금한데. 서점은 있겠지? 역사책도?" 쾨츠가 신난 듯 캐묻자, 오크픈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해요. "참 이상한 분들이군요."

6. 폴라베어 로지스틱스, 만나서 반갑다
안전가옥이 포위당한 날, 처음 보는 지원군이 나타나 용병들을 몰아내요. 늙은 방랑자 레인저와 그 동료들, 로도스 아일랜드 현장팀이에요.
리스캄의 번개가 눈앞을 하얗게 태우고, 슈바르츠의 화살이 어둠 속에서 정확히 적을 꿰뚫어요. 몇 번의 교전 끝에 살카즈 용병들은 손실을 줄이겠다며 물러나요.
"소속이 어디지?" 리스캄의 질문에 쾨츠가 얼버무려요. 알렉산드르가 러시아어로 던진 즉석 사명, '폴라베어 로지스틱스'가 그대로 채택되죠.
정체는 얼버무렸지만 목적은 같았어요. 감염자를 지키는 용병이라니, 양쪽 다 서로가 낯설면서도 낯익어요.
리스캄이 반쯤 망가진 쾨츠의 방패에 아츠 회로를 달아줘요. 번쩍, 방패가 살아나요. "오, 오! 이게 아츠야?"
마을 사람들은 레인저를 '핏빛 계곡의 언월도'라 부르며 온갖 무용담을 늘어놔요. 정작 본인은 그저 손사래를 쳐요. "그때의 난 평범한 정찰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네."

7. 위병대장의 방문, 그리고 야습
다음 손님은 반갑지 않았어요. 아미르의 딸이자 위병대장 피케일이 위병들을 이끌고 안전가옥을 에워싸요. "안에 있는 모든 이는 들어라!"

"감염자를 납치한 죄, 용서치 않는다!" 코언이 조목조목 반박해도 소용없어요. 피케일은 로도스 아일랜드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감염자들을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라 명해요.
피케일의 아버지는 광산으로 부를 쌓으면서도 광석병이 퍼지자 채석장을 스스로 폐쇄한 인물이었어요. 그 유산을 이어받은 피케일에게는, 낯선 외지인들이 감염자 구역을 어지럽히는 게 참을 수 없었던 거예요.
너희를 모조리 으깨고 밟아 먼지로 만들어 줄 테니.
— 피케일
뇌보다 근육이 앞선 것 같다고, 리스캄과 프란카가 뒤에서 투덜대요. 하지만 그날 밤, 저택으로 돌아가던 피케일 일행의 앞길에는 오리지늄 유기체 떼가 매복해 있었어요.
몰래 뒤쫓던 슈바르츠가 발견한 건, 매복의 배후에 선 낯익은 얼굴이었어요.
8. 미아로우의 마지막 처방
매복의 주모자는 피케일의 친오빠 드러지였어요. 아버지를 몰아내고 아미르 자리를 차지하려 반란을 일으킨 그는, 동생마저 감염자로 만들어버리겠다 선언해요.
슈바르츠의 화살이 간신히 피케일을 구해내요. 하지만 함께 붙잡혀 있던 미아로우는 온몸이 결정으로 뒤덮인 채 죽어가고 있었어요.
미아로우가 마지막 힘을 다해 오리지늄각뿔을 손에 쥐어요. 폭파하는 아츠.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재능이었어요.
폭발은 드러지의 초음파 병기를 부수고, 감염된 괴물들을 흩어놓아요. 그리고 미아로우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어요.
"티나! 붕대 가져와, 빨리!" 코언이 소리치지만 광석병은 이미 온몸에 퍼진 뒤였어요. 알렉산드르가 손을 붙잡고 되뇌어요.
포기하지 마…… 네가 꿈에 그리던 컬럼비아를 떠올려 봐.
— Tachanka
콜록거리는 기침이 잦아들었어요.

9. 장례, 그리고 상자 속에 남은 것
이 별에서는 평민에게 무덤조차 없다지만, 넷은 죽은 나무 아래 미아로우를 위한 비석을 세워요. '그는 감염자이자 의사였다.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우리가 정말 옳은 일을 한 걸까." 코언이 자책하자 알렉산드르가 오래전 이야기를 꺼내요. 지붕 위에서 지내던 어느 밤, 마을 사람 하나가 삼베 자루를 손수레에 싣고 마을 외곽으로 향하는 걸 봤다고요.
궁금해진 알렉산드르가 뒤따라가 보니, 바위틈에서 빛나는 먼지가 바람에 흩어지고 있었어요. 그 자루가 나온 집 앞에 늘 앉아 있던 노부인은, 그날 이후 두 번 다시 보이지 않았죠.
코와 입을 가리는 이곳 사람들의 버릇은 전염병 때문만이 아니었어요. 죽음을 조용히 치르고 잊는, 이 별 나름의 애도였던 거예요.
네 잘못이 아닌 걸 자책하지 마라. 우리의 선행에서 등을 돌리지 마.
— Tachanka
감염자들이 미아로우의 유품 상자를 건네요. 컬럼비아 여행안내서, 오래된 지도, 수표 다발, 그리고 쪽지 한 장.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 미아로우
미아로우는 감염자에게는 사치라는 '꿈'을 품고 있었어요. 언젠가 컬럼비아에 가서 진짜 의사가 되겠다는 꿈. 그 짧은 시간에도 그는 미래를 계획하고 있었어요.


10. 배신자의 최후, 그리고 새로 태어난 것
미아로우 덕분에 알아낸 사실 하나. 오리지늄 유기체는 캐스터의 명령보다 흩어진 오리지늄 조각을 먼저 쫓는다는 거예요. 알렉산드르는 그걸로 도박을 걸어요.
오리지늄 엔진으로 괴물 떼를 유인하는 동안, 코언 일행은 광산 깊숙한 실험실로 향해요. 그곳 우리 안에 갇혀 있던 건 다름 아닌 드러지였어요.
리바이에게 버림받은 그는 이제 협력을 구걸해요. 코언의 대답은 주먹이었어요.
이건 미아로우 몫이다.
— Ash
실험실 안쪽에서는 리바이가 이미 준비를 마쳐두었어요. "이 세계를 보아라. 이것이야말로 생명의 진화이자 미래다." 유리벽 너머 인큐베이터 속에서, 무언가 커다란 것이 꿈틀거려요.
"찬양하라! 찬양하라!!" 리바이의 외침과 함께 유리벽이 깨지고, 검붉은 척추가 그의 두개골을 꿰뚫어요. 두 개의 몸이 뒤엉켜 하나가 돼요.


지상에서는 알렉산드르와 레인저 어르신이 마지막 탄환까지 쏟아붓고 있었어요. 탄창이 비고 나서도 둘은 물러서지 않았죠.
레인저가 꺼내 든 건 선대 아미르의 장식용 검이었어요. 오래돼 느려졌다지만, 칼끝은 여전히 날카로웠죠.
난 영웅 흉내 내려는 게 아니야, 티나. 그저 옳은 일을 하려는 거다.
— Tachanka
탄약이 바닥나던 순간, 검은 화살비가 쏟아져요. 슈바르츠가 부른 로도스 아일랜드 지원군, 저격수 스톰아이였어요. "함께 싸우게 되어 영광입니다, 핏빛 계곡의 언월도여."
에필로그. 새로운 이름
2주 뒤, 피케일은 넷에게 감사를 전해요. 보상 대신 저택에 남은 물건 중 아무거나 가져가라는 말에, 알렉산드르는 헬멧 하나를, 쾨츠는 눈부신 발톱 장식 하나를 챙겨요.
"무기나 가보를 가져가도 되는데……" 피케일이 머뭇거리자 코언이 답해요. "이 정도면 돼. 우리보단 네게 더 필요할 테니까."
로도스 아일랜드는 넷에게 정식 계약직은 아니지만 임무 네트워크를 쓸 수 있는 신원을 내어줘요. 안전가옥에서 보급을 받고, 완수한 임무만큼 보수를 받는 처지죠. 지구로 돌아가는 계획서는, 이번만큼은 없어요.
"이 세상에 대해 알아보자. 첫 목적지는 시에스타라는 도시래." 코언의 말에 알렉산드르가 답해요. "집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계속 움직이자고."

이곳은 지구가 아니에요. 하지만 광석병도, 증오도, 잃어버린 사람도 있는 곳이죠. 미아로우가 남긴 먼지 한 줌은, 오늘도 이 별 어딘가에서 바람을 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