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델은 살카즈들의 고향이에요. 이 도시는 200년째, 용광로 속에서 불타는 조상들의 영혼—레버넌트로 굴러가고 있어요. 그 열기가 파이프를 타고 온 도시 백성들에게 전해지죠.
그런데 어느 밤, 리치들이 용광로 속 레버넌트를 마침내 불러내 해방시키려는 큰 의식을 치릅니다. 만 년을 갇혀 불탄 조상들을, 이제 그만 쉬게 해주려고요.
근데 의식이 틀어지고, 밤하늘로 불꽃 같은 조각들이 쏟아져요. 그중 몇 개엔 레버넌트가 깃들어 있었고요. 그 조각을 주우러 다니게 되는 건, 카즈델에서 제일 착하다는 디얄 한 명이었어요.
용광로가 터졌는데, 아무도 안 도망갔어요
님프는 얼마 전 '구역장'이 된 디얄이에요. 감정을 읽고 암시를 거는 아츠를 쓰지만, 정작 제일 잘하는 건 사람 챙기는 일이죠. 의식이 치러지는 동안 구역 주민들을 지키겠다고 친구에게 약속도 했고요.
그래서 님프는 광장 사람들을 경계선 밖으로 대피시키려 해요. 근데 칼 가는 용병도, 자릿세 받는 장사꾼도, 떠돌이 가수도, 아무도 님프 말을 안 들어요.
저 멀리 대용광로에선 의식이 한창인데. 군사위원회 비행선의 함포가 레버넌트 조각의 영향으로 제멋대로 충전되더니, 그대로 용광로를 향해 발사돼요.

불타는 비가 카즈델에 쏟아졌어요. 님프 머리 위에도 반짝이는 조각 하나가 떨어지고요. 그 조각에서 그림자가 스며 나와요. 200년, 아니 만 년을 불탄 레버넌트 할아버지였죠.
님프가 자기 동네를 보여주자, 할아버지는 형편없다고, 하나도 발전하지 않았다고 투덜대다가… 기나긴 침묵 끝에 나지막이 한마디만 남겨요.
휴식……
— 레버넌트
그 무렵 님프의 리치 친구 에르망가르드—'에르미'가 연락을 해와요. 폭발로 흩어진 레버넌트 조각이 열 개도 안 되게 도시에 떨어졌는데,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으니 전부 회수해달라고요.
감자 굽는 냄새를 따라갔더니, 조직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어요
님프는 에르미가 개조해준 탐지기 가방을 들고 조각을 찾아 슬럼가로 가요. 거기서 고구마 사러 다니는 느긋한 청년 폴을 만나죠.
슬럼가엔 조각이 박힌 커다란 쇳덩어리가 떨어졌고, 브로큰 혼 같은 조직들이 그걸 식량으로 바꾸겠다며 칼부림 직전이었어요.
근데 알고 보니 폴은 슬럼가 사람들이 다 따르는 '고문 나리'였어요. 회의를 중재해 싸움을 말리죠. 겉으론 태연했지만, 속으론 식은땀 범벅이었고요.
조각을 무사히 빼돌린 님프는, 이왕 이렇게 된 거 폴과 함께 남은 조각을 찾기로 해요.
침대보를 두른 괴물의 정체는, 도망친 골렘이었어요
동네엔 침대보를 뒤집어쓴 괴물, '원혼'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아요. 겁쟁이 콩나물도, 님프한테 글자 배우는 꼬마 체리도 벌벌 떨죠.
근데 그 '괴물'은 머드락의 거대 석상이었어요. 레버넌트 조각에 씌어 폭주한 거였죠. 이상하게 살카즈만 공격하고, 외지인은 건드리지 않았고요.
머드락은 도시 밖 감염자 동료들을 이끌고 카즈델로 돌아온 사람이에요. 조각을 빼내며, 머드락은 자기가 왜 이종족 동료들을 굳이 성 안으로 데려왔는지 이야기해요.
나쁜 건 피해 갈 수 있지만, 좋은 건 누가 뭐래도 결국 좋은 거다.
— 머드락
카즈델이 너무 나약해졌다는 님프에게, 머드락은 지금의 카즈델은 그렇게 약했던 적 없었다고 답해요. 로도스 아일랜드의, 아미야의 이야기와 함께요.
팔리지도 않는 브로치를, 목숨처럼 지킨 이유
다음 조각은 장터의 우아한 노점상에게 있었어요. 크라우니—폐기물로 옷과 기념품을 만드는 살카즈 디자이너인데, 자줏빛 보석 브로치에 레버넌트가 깃들어 있었죠.
브로치를 못 얻은 님프가 크라우니를 쫓다가, 서툰 아츠로 하늘을 날다 그대로 추락해요. 그때 산크타 배달원 모스티마가 붙잡아주죠.
모스티마는 펭귄 로지스틱스 소속이에요. 크라우니에게 비싼 비단을 배달하러 카즈델 밖까지 왔고요. 그런 모스티마를 감시하는 또 다른 산크타, 피아메타도 숨어 있었어요.
크라우니는 예전에 카즈델에서 쫓겨나 우르수스를 떠돌았대요. 거기서 어느 살카즈 디자이너의 낡은 스케치북을 얻었는데, 'AM을 위해'라는 반쯤 지워진 글귀와 드레스 한 벌의 윤곽만 남아 있었다고요.
그 감정을 이해하려고 옷 만드는 법을 배웠고, 팔리지도 않는 관광 기념품을 만들었죠. 크라우니는 이제 필요 없다며 브로치를 님프에게 건네요.
언젠간 카즈델도 테라에서 온 관광객을 받아들일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어.
— 크라우니
차 한 잔 마시러 갔다가, 남의 기억에 갇혔어요
이웃 칼라이샤의 집은 약초차 향으로 가득해요. 딸기 쿠키를 구워주는 상냥한 사람이죠. 근데 집 안 물건은 함부로 만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해요.
하필 조각 탐지기가 반응한 자리에, 마른 가지로 엮은 화관이 있었어요. 조각의 힘에 이끌려 님프의 손이 멋대로 화관을 집어 들고—님프는 칼라이샤의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요.
기억 속에서 님프는 전장을 떠난 나흐체러르가 돼요. 눈(雪)을 그리워하며 죽어가는 탈영병, 얼음샘에 몸을 담그는 마녀, 그리고 전설의 종장 네츠살렘까지 만나죠.
고통은 힘의 그림자, 그리고 생명은 뜨거운 태양입니다.
— 칼라이샤
칼라이샤가 님프를 꿈에서 꺼내줘요. 그 화관은 전장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나흐체러르를 치유하려고 만든, 아직 미완성인 장치였거든요. 대신 조각의 폭주로 님프의 아츠가 날뛰면서, 칼라이샤의 튼튼한 집은 폭삭 주저앉고요.

그 무렵 도시엔 이상한 나그네 하나가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온몸이 주석으로 된, 가장 큰 레버넌트 조각을 지닌 채로요.
제일 큰 조각은, 걸어 다니면서 담배를 피웠어요
님프와 폴이 붙잡은 그 나그네는 스스로를 틴맨이라 불러요. 컬럼비아에서 온 주석 몸의 이방인인데, 놀랍게도 용광로 속 레버넌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죠.
틴맨은 대용광로 안에 들어가 '옛 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해요. 에르미는 마뜩잖아하면서도, 조각을 다 모아준 님프 일행을 용광로 가장 깊은 곳으로 데려가요.
조상님들에게 카즈델의 미래를 이야기했더니
용광로 코어에서, 에르미는 선생님이 끝내지 못한 위령 의식을 마무리하려 해요. 근데 레버넌트들은 응답은커녕 에르미를 갈기갈기 찢으려 들죠. 틴맨이 간신히 막아내고요.
그래서 방법을 바꿔요. 다들 종이에 자기가 그리는 카즈델의 미래를 적어, 용광로 불에 태워 보내기로 해요. 조상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죠.

왕정도 차별도 없는 카즈델을 그린 님프와 머드락, 땅 밑으로 꺼졌다는 전설의 카즈델이 궁금한 크라우니, 진지하게 미래를 예측한 폴… 저마다 다른 이야기였어요.
마침내 조상들이 용광로를 흔들며 현신해요. 이 제멋대로인 미래담들에 화를 내다가도, 흥미를 느끼죠.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어쩔 거냐 묻는 조상에게, 님프가 답해요.
험난하고 비좁은 진흙 길이라고 해도, 벼랑 끝 막다른 길에 서 있는 것보다는 낫지 않아……?
— 님프
조상들은 결론을 내려요. 정말 그런 카즈델이 더 낫다고 믿는다면, 직접 겪어 증명해 보라고. 성공도 실패도 스스로 감당하라고요.
너희들이 살카즈를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자격이 있는지 지켜보겠다.
— 레버넌트
그래서, 우리를 어디로 보내려는 거예요?
님프가 다급히 물어요. 어딜 가려는 거냐고. 조상들의 대답은 짧았어요.
너희가 말해준 이야기 속으로.
— 레버넌트
이야기는 여기서 멈춰요. 새로운 길의 문턱, 다음 장을 바로 앞에 두고서요.
잠들지 못하는 밤, 캄캄한 하늘에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어요. 예를 들면, 요란하게 터지는 불꽃을 붙잡는 것 같은. 님프는 어릴 때부터 레버넌트를 믿었고, 그날 밤 정말로 조상을 만났고, 이제 그 조상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기들이 들려준 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