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방주 최고의 '대국(對局)' 이벤트예요. 무대는 진룡이 천 년을 이어 다스려 온 극동의 대국, 염국입니다.
감염자가 된 전 용문근위국 총경 첸이, 아무 말 없이 사라진 외삼촌 웨이 옌우를 쫓아 수도 백조에 잠입하면서 이야기가 열려요.
근데 이건 사실, 천 년째 같은 바둑을 두고 있는 어떤 바보의 이야기예요. 죽은 여동생을 되살리려고, 그리고 끝내 자기 자신으로 남으려고, 온 대지를 바둑판 삼은 사람의.
어릴 적 첸에게 언니 탈루는 이렇게 말했대요. "어서 크거라. 어른이 되면 모든 걸 바꿀 수 있을 거야." 이 한마디가, 천 년을 돌아 마지막에 다시 돌아옵니다.
1. 백조에 유령 군대가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글자'로 되어 있어요)
첫 장면부터 첸은 여관에서 외삼촌과 팽팽하게 부딪혀요. 웨이 옌우는 "돌아가라"고 하고, 첸은 "직접 알아보겠다"며 버티죠.
그날 밤 염국의 태부가 웨이 옌우를 찾아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요. "동생은 진룡이라네, 염국의 진룡" — 현 군주가 웨이 옌우의 친동생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비장의 수를 남겨두게"라는 당부까지.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웨이 옌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한편 대피가 시작된 백조엔, 소리도 북소리도 없는 유령 병사들이 홀연히 나타나요.

금위군은 이걸 창괴라 불러요. 베헤모스가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 하필 그 근원이 천경각 꼭대기에 봉인된 칼 한 자루라는 게 밝혀지죠.
첸에겐 이 소동이 남 일 같지가 않아요. 천경각의 사학자 진소천이 첸의 신분증을 염국식으로 읽어내거든요 — '진휘결'. 첸은 자신이 사라진 염경공주의 딸이자, 진룡의 핏줄이라는 걸 이곳에 와서야 알게 돼요. "나 혼자뿐인 줄 알았어"라고 중얼거리면서요.
2. 500년 전, 어떤 바보가 바둑판에 목숨을 겁니다
여기서 진짜 주인공이 나와요. 쉐이의 부서진 의식에서 태어난 열둘 중 둘째, 바둑꾼 왕.
열둘은 괴물의 조각이지만, 저마다 인간 세상에서 '나는 누구인가'의 답을 찾아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형제자매예요. 그게 바로 쉐이와 그들이 다른 이유고요.

총웨(숴)가 아직 인간의 몸에 서툴러, 왕과 다투다 왕의 바둑판을 내려쳐 금을 낼 만큼요. 형은 그런 왕을 늘 나무라면서도, 끝까지 곁을 지키죠.
다섯째 지에는 역사를 지키는 사람이에요. 자기 힘이 깃든 칼 서도로, 세상에 스며든 '쉐이'라는 글자마저 지울 수 있죠.
왕은 그 서도를 들고 쉐이의 꿈에 뛰어들어, '쉐이' 글자를 한 자 한 자 깎아내요. 천재지변 같은 고통 속에서 1393개를 지우고… 결국 흑돌 세 개만 남긴 채 그 육신은 부서집니다.
이게 120년 전, 왕의 첫 패배였어요. 그리고 왕은 조금도 굽히지 않고 말하죠. "이 대국을, 계속할 거다."
하지만 그때 왕은, 꿈에서 빠져나오며 자기도 모르게 바둑돌 하나를 함께 데리고 나와요. 그 돌이 훗날 '백을 집은 자' — 왕의 얼굴을 한 꼭두각시가 되어, 수백 년간 형제들을 사람들과 이간질하고 결국 능묘로 돌아오게 만드는 화근이 되죠.
3. 그래서 지에는, 오빠 대신 사라지기로 합니다
지에는 그 누구의 압력에도 역사를 왜곡하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관리들이 희생자 숫자를 줄여 적어달라 해도, 단호히 거절하죠.
역사라는 건 누군가의 한마디가 아니라, 만백성의 소리 없는 말로 기록되는 겁니다.
— 지에
문제는, 바로 그 지에였어요. 역사가 깊어질수록 그녀의 힘도 끝없이 팽창해서, 언젠가 쉐이보다 무서운 존재가 될 운명이었거든요.
지에의 지촉인 춘은, 염국의 의지에 떠밀려 지에에게 거짓말을 해요. 지에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어떤 기분이었냐"고 묻자, 별거 아니었다고, 금방 괜찮아졌다고.
사실은, 심장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 춘 (속마음)
그 거짓말이 지에를 "가족의 죽음은 견딜 만한 것"이라는 쪽으로 밀어요. 지에는 춘의 속을 다 알면서도, 조용히 말하죠. "당신은 정말 책임감 있는 지촉인이군요."
지에는 서도를 가장 공정한 언니 쥔에게 맡기고, 죽어가는 왕을 대신해 홀로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4. 그 작은 인형의 정체는, 지에였어요
다시 현재. 좌락이 계원에서 가져온 증표는 옛날 같은 옥자가 아니라, 웬 작은 인형이었어요.
좌락과 도적 소녀 막일, 그리고 첸이 이 인형을 두고 쫓고 쫓기다가, 마침내 정체가 드러나요. 왕이 계원에서 쉐이의 오만한 상상 일부를 파내 껍데기만 남기고, 형제들의 기억을 담아 만든 창괴 — 지에의 마지막 숨결이었죠.
춘은 그 앞에서 무너져요. 도저히 부술 수가 없어서.
그리고 쥔은, 백 년간 지켜온 서도를 첸에게 물려줘요.

염국의 역사는, 염국의 백성이 직접 써야 하니까요.
— 쥔
5. 태위의 계획: 역사를 고쳐서, 사람을 죽이기
백조 밑에는 쉐이를 억누르는 최초의 오리지늄, 불반이 묻혀 있어요. 후대 진룡은 오직 자기 목숨을 대가로만 이 힘을 쓸 수 있죠.
불반. 돌아오지 않는다.
— 전대 진룡
그런데 강경 주전파 태위가 소름 끼치는 수를 둬요. 서도로 역사를 고쳐 웨이 옌우를 '당대 진룡'으로 다시 써버리면, 제물이 될 목숨을 그에게 떠넘길 수 있거든요. 제물이 꼭 재위 중인 진룡일 필요는 없다는 허점을 노린 거죠.
그 사실을 안 웨이 옌우는 스스로 제물이 되려 하고, 첸이 검으로 막아섭니다.

첸의 대답은 이거였어요.
죽은 사람의 사과는 아무 의미도 없어. 사과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살아서 만나야 하는 법이지.
— 첸
첸은 "희생 없이 모두를 살리는 선택지"가 있다는 걸 증명하며 이기고, 웨이 옌우는 그 새 검법에 이름을 붙여줘요 — 천위.
한편 옥문에서는, 좌락의 아버지 좌선료 장군이 태위의 무단 전쟁 명령을 정면으로 거부해요. "한낱 무인이지만 나는 염국의 평숭후이기도 하오 — 이런 말도 안 되는 명령은 받들 수 없소." 좌락도 아버지 곁에서, 잘못 겨눠진 대포를 온몸으로 막아섭니다.
6. 드디어,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왕의 마지막 대국을 위해, 뿔뿔이 흩어져 살던 열두 남매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요.

니엔은 폭죽으로 창괴를 쓸고, 막내 위는 밥을 짓고, 낯가리는 상인 지도 슬그머니 돕고, 의사 팡은 날뛰는 베헤모스를 말로 달래 돌려보내요.
강 속에서는 첫째 링이 시를 읊고 둘째 쥔이 악기를 켜서, 쉐이를 긴 잠에 빠뜨리는 꿈을 함께 짜냅니다.

첸은 서도를 하늘로 곧게 겨눠, 밀려오는 옥문성에 대사냥의 기억을 되살려요. "천위의 검, 밝혀야 할 땐 밝혀야 하느니."

7. 왕이 쉐이를 죽이고, 쉐이가 됩니다
그 사이 왕은 쉐이의 꿈 가장 깊은 곳에서 최후의 대국을 둬요. 먼저 그 오랜 화근, '백을 집은 자'부터 상대하죠.
왕은 자신을 181개로 쪼개 꼭두각시를 사방으로 흩뜨려요. 큰 상처를 입은 쉐이가 끝없는 악몽에 정신을 쏟을수록, 스스로 약해진다는 걸 증명하면서요.
쉐이는 태고부터 종말까지 모든 시간을 꿰뚫어 보는 신이지만, 단 한 번도 말을 나눌 동족을 가져본 적 없는 존재. 왕은 바로 그 지점을, 자기의 처절함으로 파고들어요.
이미 잃을 대로 잃어버린 인간이, 진정 두려운 게 있을 거라 생각하나?
— 왕

총웨는 "살아서 돌아오라"고 하고, 왕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겠다"고 답하죠.
그리고 왕은 쉐이의 텅 빈 의식을 씻어내고, 그 몸을 대신 차지해요. 쉐이는 죽고, 새로운 '쉐이'가 태어납니다.
너를 채울 것은, 너보다 훨씬 무서울 테니까.
— 왕
8. 복수의, 마지막 형태
문제는 또 다른 베헤모스 야였어요. 천 년간 오직 쉐이에게 복수하려는 집념 하나로 깨어난 존재.
그런데 도착해 보니, 쉐이는 이미 죽어 있었죠. 복수할 상대가 통째로 사라진 거예요.

그래서 야는 궁극의 복수를 남겨요. 염국이 쉐이를 억누르던 오리지늄을 잘라내, 왕의 몸속 깊숙이 박아 넣죠. "쉐이의 죄업을, 영겁의 시간을 들여 대신 갚아라"라고.

왕은 진룡의 목숨도, 자기 자신의 소멸도 피하는 대신, 스스로 영원한 고통을 짊어지는 단 하나의 수를 끝내 계산해낸 거예요.
바둑꾼, 이번 대국은 네 승리야.
— 노천사
자결하려던 진룡 염례는, 무너지는 밀실에서 형 웨이 옌우의 손에 구출됩니다.
에필로그 — 빠짐없는 기록
대란이 끝나고, 열두 남매는 위미각에 모여 밥을 먹어요. 하지만 그 식탁에 왕과 지에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죠.
잠꾸러기 시가 남긴 쪽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어요. "왕 오빠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깨우지 마."
천 년을 산 열두 남매가, 정작 한 번도 다 같이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것. 조용하지만 오래 남는 슬픔이에요.

염국에 부끄러움 없는 건, 오직 너뿐이야. …이제는, 내려놓아도 돼.
— 염무
첸은 물려받은 서도로 진소천 가문 역사의 명백한 오류만 바로잡고, 풀리지 않은 사건 하나는 일부러 그대로 남겨두는 쪽을 택해요. 친척 사학자 진소천과 함께, 풀리지 않은 사건을 그대로 남겨두는 쪽을 택하거든요 — 늘 정답만 주어지는 요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리고 첸은 천경각에서 어린 여자아이, 다음 대의 진룡을 만나요. 아이에게 "책임"만 배우지 말라고, 너는 모든 사람을 사랑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주죠.

사실 진룡 염례의 진짜 꿈은, 천경각에서 선인들이 못 끝낸 염국의 지명록을 완성하는 거였대요. 4천만 권의 책 사이에서 평생을 보내는 것. 천 년간 한 사람에게만 지워진 권력이, 그 소박한 꿈조차 앗아갔던 거예요.
그리고 오리지늄 문제를 두고, 로도스 아일랜드의 사절이 염국의 문을 두드려요. 천 년의 원한이 끝난 자리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막 시작되려 하고요.
헤어지며 첸이 건넨 마지막 말은, 천 년 전 탈루가 자신에게 했던 말과 똑같았어요.
네가 크면, 뭔가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어서 크렴.
— 첸
고대의 베헤모스 쥐서우와 허우서우는 야의 남은 숨결을 염국 밖으로 데려가요. 천 년 묵은 원한을, 이제는 이 땅에서 조용히 거두어 가면서요.
총웨는 지금도 왕을 찾아 온 대지를 헤매요. "왕이 판 바깥에 남겨둔 흔적이라면, 이 천하 어딘가엔 분명 있을 것"이라 믿으면서. "다음에 왕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가 온다면, 절대 홀로 두지 않겠다"고요.
어느 시골 마을, 내기 바둑에서 지고 있던 한 소년의 귀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와요.
4의 7, 어깨짚기.
— ???
소년은 그 한 수로 판을 뒤집어요. 옷깃에선 검은 옥 호신부가 조용히 빛나고요.
천 년을 산 바둑꾼은, 죽은 여동생을 되살릴 단 한 줄기 희망을 찾아 여전히 어딘가에서 수를 두고 있어요. 어서 크라던 그 말처럼 — 언젠가는 정말로, 모든 걸 바꿀 수 있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