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보그를 무너뜨린 감염자 무장 조직 리유니온이 다음 목표로 용문을 노려요. 로도스 아일랜드는 용문근위국과 손을 잡고 그들을 막아서죠.
그런데 작전 도중, 근위국이 보호하던 소녀 미샤가 리유니온의 복병에게 붙잡혀 끌려가 버려요. 붉은 옷을 입은 여자의 손에요.
이야기는 그 미샤를 되찾기 위한 추격전이에요. 다만 이 추격의 끝에서 로도스 아일랜드가 마주하는 건, 애써 구하려던 바로 그 상대가 돌린 등이에요.
1. 되찾아야 할 소녀
첸 팀장은 처음엔 아미야에게 미샤의 비밀을 알려줄 의무가 없다고 선을 그어요. 하지만 감염자에 맞서려면 정보가 필요하다는 말에 결국 입을 열죠.
미샤의 아버지가 체르노보그의 중요 인물이었다는 것, 그래서 그녀의 머릿속에 리유니온이 탐낼 정보가 잠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것. 정작 미샤 본인이 무엇을 얼마나 아는지는, 미샤를 제외하곤 아무도 몰라요.
리유니온의 다음 표적이 용문인 이상, 그들이 체르노보그를 어떻게든 이용하지 못하게 막아야 해요. 리유니온에 미샤를 빼앗긴 건 첸 자신의 실책이기도 하고요.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근위국은 공격을, 로도스 아일랜드는 탐색과 습격을 맡는 합동 작전이 시작돼요. 정찰 인력이 부족한 로도스 아일랜드는 외부의 손을 빌리기로 하고요.
아미야가 부르는 이름은 펭귄 로지스틱스. 스나이퍼 엑시아와 뱅가드 텍사스 콤비가 또 한 번 외근을 나와요.
붙잡힌 리유니온 용의자들은 심문에도 입을 열지 않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단순한 꼭두각시들 같다고요. 첸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자백을 받아내라 명령해요.

합류한 특별감찰팀의 정예 호시구마는 미샤를 습격한 그 적 하나에게 팀원을 총동원하고도 애를 먹었다고 털어놔요. 엄청난 힘을 가졌으면서도 마치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것 같았다고요. 그녀는 아미야를 로도스 아일랜드의 리더라 소개받고, 작전 방침을 들은 뒤 실력을 인정해요.
2. 이름을 버린 남자
끌려간 미샤 앞에 나타난 건 붉은 옷의 여자가 아니라, 리유니온의 리더 스컬슈레더예요. 미샤가 옛 이름을 부르자, 그는 그 이름을 쓰던 사람은 이미 죽었다고 잘라 말해요.
스컬슈레더는 미샤에게 자신의 과거를 들려줘요. 우르수스가 감염자를 가축 이하로 다뤘던 시절, 헌병들이 자신을 집 밖으로 끌어냈고, 어머니는 몰매를 맞으면서도 끝내 아들의 손을 놓지 않으셨다고요.
눈 위에 남은 건 핏자국이 만든 길뿐이었어요. 조금만 더 빨랐다면, 리유니온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이런 고통은 없었을 거라고, 그는 이를 갈아요.
미샤는 그래도 같은 감염자끼리 서로 다치게 하는 게 싫다고 해요. 스컬슈레더는 답하죠. 체르노보그가 얼어붙은 광산에 격리된 감염자들을 죽게 내버려 둘 때, 누가 그들을 위해 일어나 줬냐고요.
죄 없는 자가 대체 누구란 말이지?
— 스컬슈레더
그에게 리유니온은 감염자들이 처음 손에 넣은 희망이에요. 탈룰라가 온갖 잔혹함에 맞서 감염자를 이끌고 있으니까요. 로도스 아일랜드는 같은 감염자면서 용문과 손잡고 동포를 죽이는 배신자일 뿐이고요.
미샤도 조금씩 그의 아픔에 마음을 열어요. 오랫동안 힘들었겠다고, 다들 아픈 기억이 있는 거였구나 하고요. 리유니온이 정말 모두를 보호해줄 수 있다면, 하고 흔들리기 시작하죠.
그러면서도 그는 미샤에게만은 다정해요. 리유니온이 모두를 지키듯, 자신은 반드시 그녀를 지키겠다고요. 다신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요.
3. 워밍업
한편 엑시아와 텍사스는 리유니온의 보초부터 척척 정리해 나가요. 개인적인 원한은 없지만 계약은 계약이라며, 물류회사의 기본은 계약을 성실히 이행하는 거라면서요.
엑시아의 폭발탄과 텍사스의 이도류 앞에 리유니온 스무 명이 순식간에 쓰러져요. 콤비네이션 하나는 여전히 끝내주죠. 이 소동을 신호로 로도스 아일랜드 본대가 기습에 들어가요.
그 무렵 폐광산에선 스컬슈레더가 미샤에게 총 쏘는 법을 가르쳐요. 방아쇠를 당기고, 오리지늄을 쥔 채 정신을 집중해 아츠로 탄약을 폭발시키는 법을요.
미샤의 손바닥이 조금씩 뜨거워져요. 스컬슈레더는 기뻐해요. 너한테선 나랑 비슷한 무언가가 느껴진다고, 넌 틀림없이 내… 하고 말을 채 끝맺지 못하는 사이, 로도스 아일랜드의 기습을 알리는 전갈이 날아들어요.
미샤는 매달려요. 로도스 아일랜드라면 감염자들을 도와줄 거라고, 대화라도 해보자고요. 스컬슈레더에겐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예요. 내 동포를 수도 없이 죽인 자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냐고요.
정말로 감염자들은 서로를 죽이고, 서로의 손에 죽는 길밖에 없는 거야?
— 미샤
그는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전장으로 나가요.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면서요.
4. 후드를 쓴 목표물
적이 생각보다 강하자 스컬슈레더는 원군을 불러요. 폭발물을 다루는 수수께끼의 여자, W예요. 그녀는 미샤를 지키는 것만으론 부족하다며 판을 하나 더 깔죠.
W가 가리키는 목표물은 로도스 아일랜드의 모든 전투를 지휘하는 사령탑, 곧 후드를 쓴 채 아미야 곁에 붙어 있는 인물이에요. 다름 아닌 박사요.
그 녀석만 죽이면, 똑! 하고…… 로도스 아일랜드 놈들의 머리가 떨어지는 셈이지.
— W
W의 캐스터들이 엄호하고 부하들이 미끼로 시선을 끄는 사이, 스컬슈레더가 직접 박사를 노리기로 해요. 미샤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요.
황야엔 황사가 몰아쳐 시야가 막혀요. 프란카와 리스캄이 우회해 고지를 정찰하지만, 매복하기 딱 좋은 지형인데도 발자국 하나 냄새 하나 잡히질 않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이상하다며 프란카가 혀를 내둘러요.
폐허 밑에 숨어 기습하려던 리유니온을 프란카의 검이 되레 베어 넘겨요. 무능한 겁쟁이들뿐이라며 실망하는 프란카를, 리스캄이 적을 놓치면 안 된다고 다그치죠. 티격태격하는 사이 리유니온이 거리를 벌리고 진형을 갖추기 시작해요.
그러곤 거대한 전투원 하나를 앞세워요. 리스캄은 그 정체가 어쩌면 살카일지 모른다며 흠칫하지만, 근위국과의 합동 작전 중이라 아미야가 그를 막아요. 민감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고요.
5. 발밑에서 온 칼
그 거대한 적은 미끼였어요. 소대 하나를 처리하고 나니 그 많던 감염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요. 발자국도, 소리도, 냄새도 없이요.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어요.
이상함의 정체는 발밑이었어요. 적은 땅 밑에서 박사를 노리고 있었죠. 엑시아가 소리치고, 호시구마가 박사를 감싸며 방패 '반야'로 스컬슈레더의 기습을 막아내요.
하지만 스컬슈레더는 방패를 뚫을 필요가 없다고 해요. 무기의 온도가 급상승하고, 자폭으로 박사째 끝장낼 셈이었어요.

그 순간 아미야가 앞을 막아서요. 박사님을 다치게 할 수는 없다고요. 그리고 지금껏 아무도 본 적 없던 힘이 그녀의 손끝에서 터져 나와요.

스컬슈레더가 무릎을 꿇어요. 이만한 힘을 가진 아미야가 동포들의 고통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며, 너희 같은 놈들은 절대 용서 못 한다는 저주를 남기고 쓰러져요.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미샤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새어 나와요.
6.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안개가 걷히고 근위국은 다음 작전을 재촉해요. 하지만 아미야는 박사 앞에서 좀처럼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요. 방금 그 힘으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자신을요.
그녀가 속상해하는 건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것 자체가 아니에요. 박사가 이렇게 가까이 있을 때, 남의 생명을 빼앗는 자기 모습을 보여주고 말았다는 거예요.
박사님을 위해 힘을 쓰는 거라면, 어떤 사연이 있는 상대방의 목숨을 앗아가게 되더라도 후회하지 않아요.
— 아미야
다만 더 좋은 방법을 끝내 찾지 못했다는 게 못내 속상하다고 해요. 평소엔 감염자를 고통에서 구하겠다 말해 놓고, 정작 중요할 때는 스스로를 설득해 그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선택을 하고 만다고요.
자신은 정말 나약하다고 아미야는 고백해요. 그래도 무슨 일이 있어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박사를 지키겠다고 약속하고요.
7. 들리니, 이 목소리들이
스컬슈레더의 죽음에 리유니온이 그를 되찾겠다며 되돌아와요. 전장은 다시 아수라장이 되고, 그 틈에 W가 나타나 호시구마를 원거리 포격으로 묶어놓아요. 그저 재미로요.
첸의 지원군이 W를 포위하지만, 그녀는 무기를 버리라는 요구에도 여유롭기만 해요. 오늘은 첸을 만나러 온 게 아니라면서, 아미야에게 휴대전화 하나를 건네요.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W는 섬광탄을 선물로 남기고 순식간에 빠져나가요. 아미야가 조심스레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에서 미샤의 목소리가 들려와요.

미샤는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려요. 아니, 잊은 게 아니라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요. 리유니온이 집을 부수고 아버지를 데려간 그날, 눈앞에서 남동생이 울며 자기 이름을 부르는데도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방으로 숨었어요.
다시 만난 그 아이는 이미 많은 걸 포기한 채였고, 그런데도 변함없이 누나를 사랑해줬어요. 미샤는 그게 두려워 또 도망쳤고요. 이제 막 자기에게 숙제를 가르쳐달라 하기 시작하던, 아무 죄도 없던 그 어린아이를요.
처음부터 죄 있던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
— 미샤
아미야는 필사적으로 붙잡아요. 죄 없는 시민을 해친 건 당신이 아니라고, 지금부터 변한다면 된다고요. 하지만 미샤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8. 오지 마
미샤는 이제 자신도 감염자라며, 감염자들의 편에 서겠다고 해요. 비감염자가 감염자에게 해온 짓을 똑같이 돌려주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받아야 할 벌이라고요.
그러면서도 미샤는 스스로에게 묻어요. 서로 복수하려 싸우는 거라면 이 비극은 대체 어디서 시작된 거냐고요. 우르수스가 감염자를 가축 이하로 취급하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누구도 우르수스를 증오하지 않았을 거라고요.
아미야는 스컬슈레더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전하며, 돌아오면 로도스 아일랜드가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해요. 미샤는 답 대신 조용히 선을 그어요. 너도 감염자니 이해할 수 있을 거라면서요.
아미야는 인정해요. 로도스 아일랜드 모두가 당신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감염자가 되었다고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요.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가겠다고 해요.
오지 마.
— 미샤
미샤는 자신이 그저 한심하고 약할 뿐이라 말해요. 그래도 아주 작은 첫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요. 리유니온도 감염자고, 자신도 감염자라며,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남기고 전화는 끊겨요. 아미야가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아요.
9. 기적, 이라 불린 것
미샤는 스컬슈레더의 주검 곁을 떠나지 않아요. W가 떠나자며 재촉하고, 이용 가치가 있으니 지켜주는 거라 비웃어도, 그녀는 흔들리지 않아요.
W는 스컬슈레더를 체르노보그로 데려갈 힘은 남지 않았다며 냉정하게 못 박아요. 첸이라는 자는 상대가 누구든 사정을 봐주지 않으니 지금 함께 떠나자고요. 미샤는 소름이 끼친다며 거절해요. 나한테서 뭘 얻을 생각은 하지 말라고요.
미샤는 스컬슈레더를 살려내겠다고 되뇌어요. 이 아이라면 모두를 지킬 수 있을 거라고, 반드시 해낼 거라고요. 모두 나와 마찬가지로 갈 곳을 잃은 감염자,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이라면서요.
그리고 총공격이 시작된 전장 한복판에, 죽었던 스컬슈레더가 다시 일어서요. 리유니온은 기적이라며 환호하죠. 리더가 살아 돌아왔다고요.

돌아온 스컬슈레더는 함께 우르수스로 돌아가자는 동료들에게, 너희 자신을 먼저 생각하라며 어서 떠나라 말해요. 그러곤 홀로 적을 막아서죠. 자신을 지켜주겠다면서요. 아미야는 그것이 결코 기적이 아님을 알아채요.
어째서…… 왜 이런 짓을…… 안 돼……
— 아미야
10. 가면을 줍는 사람
다시 마주 선 스컬슈레더 앞에서 아미야는 얼어붙어요. 이번엔 손이 움직이질 않아요. 박사님, 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고 겨우 묻는 게 전부예요.
그때 첸이 나서요. 됐다고, 이제 모든 것을 끝내야겠다고요. 그는 아미야를 대신해 스컬슈레더를 끝내고, 얼어붙은 소녀에게 담담히 한마디를 건네요.
운명이란 불공평한 법이다. 원망하고 싶으면, 날 원망해라.
— 첸
전투가 끝난 뒤, 첸은 스컬슈레더가 남긴 가면을 두고 아미야에게 이야기해요. 미샤가 나쁜 짓을 한 것도, 죄를 지어 벌받는 것도 아니라고요. 그저 그런 결과를 스스로 선택했을 뿐이고, 누구도 그녀를 막거나 탓할 자격은 없다고요.

아미야는 흔들려요. 지금껏 모든 사람을 도울 책임이 있다고 믿었는데, 왜 이런 결말인지, 로도스 아일랜드가 하는 일이 정말 옳은 건지 모르겠다고요.
첸은 근위국은 결코 로도스 아일랜드처럼 할 수 없다고 인정해요. 무모하게도 자진해서 감염자를 받아들이고, 거칠지 않은 방법으로 그들을 구하려는 건 로도스 아일랜드만이 하려는 일이라고요.
그러곤 가면 이야기를 다시 꺼내요. 동포도 아닌 아미야가 그들의 가면을 줍는다면, 언젠가 그런 가면이 방을 가득 채우게 될 거라고요. 그래도 좋다면 가져가라고, 이건 다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의 일이라고요.
만약 네가 지도자의 책무를 감당해낼 각오가 되어 있다면, 넌 너만의 선택을 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면 되는 거다.
— 첸
에필로그 — 뒤엉키는 운명
아미야는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스컬슈레더의 가면을 챙겨요. 광석병을 근절하는 것 말고도 감염자에게 희망을 줄 방법이 하나 더 있다면, 그건 이 고통과 증오의 사슬 자체를 끊는 것이라 믿으면서요.
첸은 그런 아미야에게 마지막 충고를 남겨요. 리유니온이 네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도와주면 되지만, 남은 삶을 광기에 바치겠다는 자들 앞에서는 망설이지 말라고요. 근위국은 현장을 정리하고, 이 소식을 그 의사에게 전하겠다면서요.
미샤도, 스컬슈레더도 끝내 구하지 못한 채 작전은 막을 내려요. W는 멀찍이서 이 모든 걸 지켜보며 흥얼거려요. 사람의 운명이란 서로 뒤엉키기 마련이라고요.

구하러 나선 소녀에게서 구원받고 싶지 않다는 대답을 들은 이야기. 증오의 사슬을 어디서부터 끊어야 하는지 아직 아무도 몰라도, 아미야는 그날 처음으로 남의 가면 하나를 자기 방으로 가져가요. 지도자의 책무를, 그리고 그 무게를 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