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에 삼켜져 죽은 도시, 체르노보그. 리유니온은 그 도시의 심장부 '코어'를 되살려, 이동도시 하나를 통째로 굴려 용문으로 밀고 가요.
코어가 용문과 충돌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서른두 시간. 충돌은 곧 우르수스와 염국의 전쟁을 뜻해요.
그리고 세상은 냉혹한 사실 하나만 기억하겠죠. "감염자가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을요.

1. 즉흥 폭발 자살극
코어 꼭대기, 살카즈 용병 대장 W가 리유니온의 리더 탈룰라를 찾아와요. 정보를 캐내는 척 접근하지만, 진짜 목적은 코어의 용문 진격을 막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탈룰라는 W의 속셈을 처음부터 낱낱이 읽어내요. W가 스스로 숨겼다고 믿은 것까지 전부요.
탈룰라는 온갖 얼굴로 자신을 감추는 사람이에요. 리유니온 앞에선 투사, W 앞에선 비즈니스 파트너, 패트리어트 앞에선 온화한 딸 같은 모습으로 변해요. 그 가면은 벗겨질 때마다 또 다른 가면일 뿐이고요.
W의 무형의 아츠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 W가 강철 기지에 심어둔 백여 개의 폭탄은 탈룰라의 열기에 통째로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져요.
궁지에 몰린 W는 자기 몸을 폭탄으로 바꿔 터뜨리고, 코어 구역으로 추락해요.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걸 준비하는 게 W의 방식이거든요.
W는 죽어가면서도 웃어요. 사실은 이 용 뿔 달린 여자가 무서웠던 것 같다고, 싫어한 게 아니라 두려워했던 거라고요. 거짓말 속에 잠긴 괴물 앞에서, 준비성 있는 사람은 언제나 마지막 한 수를 남겨두거든요.
충분히 고통스러운 죽음이었길 바라지, 빅토리아의 W.
— 탈룰라
탈룰라는 이어 살카즈 용병들에게 '전쟁이 왕이 되는 시대'를 약속하며 그들을 자기 손아귀에 넣어요. 그리고 패트리어트에게는 코어를 멈출 열쇠를 맡기며, 온화한 리더의 얼굴을 계속 연기해요.
2. 이별의 밤 — 창밖으로 뛰어내린 사람
한편 용문. 웨이 옌우 장관의 사무실에서 켈시와 아미야, 그리고 근위국 팀장 첸이 사태를 논의해요.
진실이 드러나요. 우르수스는 체르노보그를 리유니온에게 통째로 넘겨버렸어요. 감염자들이 용문으로 흘러들도록, 이 모든 판을 물 흐르듯 짜놓은 거예요.
웨이 옌우는 결단해요. 전쟁을 감수하고 코어를 선제 타격하겠다고요. 자기 죽음으로 용문의 죗값을 대신 치를 셈이에요.
첸은 그 방식을 견딜 수 없어요. 웨이 옌우가 슬럼가의 감염자들을 '잘못'이라 부르는 순간, 첸은 자신도 그 '잘못'임을 밝혀요.
나도 감염자니까. 이 도시에 감염자가 설 곳은 없으니, 나도 여기에 있어선 안 되겠지.
— 첸
3년 전부터 감염자였던 첸은, 근위국 배지를 돌려주고 용문을 등져요. 스승이자 외삼촌인 웨이 옌우가 검은 망토의 사병들로 앞을 막자, 첸은 적소를 뽑아 길을 열어요.
그러곤 상공 수백 미터의 창문을 깨고 그대로 뛰어내려요. 웨이 옌우의 만류를 등진 채로요.

첸이 홀로 코어로 향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리유니온의 리더 탈룰라가, 다름 아닌 그녀의 언니거든요.
3. 변절의 칼날
용문을 빠져나가는 길목에서, 호시구마가 첸을 기다리고 있어요. 근위국에는 이미 첸에 대한 지명 수배가 내려진 참이에요.
부러진 뿔의 오니는 첸을 믿지만, 그렇기에 더 보내줄 수 없어요. 혼자 리유니온에 맞서겠다는 건 개죽음이라면서요.

호시구마는 시간에게 소중한 것을 하나하나 빼앗겨온 사람이에요. 자기 손으로 동료들의 꿈을 깨부순 적도 있다면서, 첸만은 놓칠 수 없다고 해요.
첸이 감염자라는 사실을, 언니가 탈룰라라는 사실을 털어놓아도 호시구마의 대답은 같아요. 중요하니까, 더더욱 보낼 수 없다고요.
네가 감염자라고? 나야말로 상관 없다.
— 호시구마
두 사람은 끝내 검을 맞대요. 그리고 첸의 칼이 처음으로 오니에게 상처를 내요.
호시구마는 결국 물러서요. 슬럼가의 아이들을, 우르수스인 미샤가 남긴 곰인형의 약속을 대신 지켜달라는 첸의 부탁을 받아들이면서요.

4. 진짜 전문가에게 맡겨주시죠
용문의 관저에선 웨이 옌우의 아내 후미즈키가 남편을 붙들어요. 감염자가 됐다고 해서 첸과 탈룰라가 당신 조카가 아니게 된 거냐고, 이대로 타지에서 죽게 둘 거냐고요.
이때 켈시가 나서요. 코어를 상대할 진짜 전문가는 용문의 군대가 아니라 로도스 아일랜드라고요.
감염자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오직 감염자뿐입니다.
— 켈시
탈룰라가 카셰이 공작의 후계자라는 정황까지 짚은 뒤, 켈시는 웨이 옌우에게서 두 가지를 얻어내요. 로도스의 작전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20년 전 용문에서 죽은 애드워드 아르토리우스 — 탈룰라 아버지의 유품이요.
그사이 로도스 함선의 생체 처리실에선, 필라인 소녀 로즈몬티스가 조용히 한 사람을 떠나보내요. 용문에서 스러진 리유니온 지휘관, 프로스트노바를요.
떠나보낸다는 건, 그 사람과 나를 잇던 실을 풀어주는 일이래요. 익숙해져야만 갑자기 아파지는 걸 막을 수 있다면서, 로즈몬티스는 이름조차 몰랐던 적의 이름을 마지막에야 물어요.
프로스트노바…… 예쁜 이름이네. 안녕, 프로스트노바. ……잘 가.
— 로즈몬티스
5. 함께 했던 약속
출항 전, 아미야가 함선 전체에 방송을 해요. 사기를 북돋우는 연설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전하는 방송이에요.
감염자가 일으킨 것으로 기록될 전쟁을 막지 못하면, 로도스가 일궈온 모든 것이 사라진다고요. 승산은 희박하지만, 패배를 인정할 순 없다고요.

이제 아미야는 지시만 받던 예전의 자신이 아니에요. 박사와 켈시가 없어도 비바람을 스스로 막아낼 수 있다고, 드디어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고 말해요.
작전은 정교해요. 모래 폭풍으로 흔적을 지우고, 도베르만은 비행체로 적의 시선을 낚아요. 이동하는 코어의 밑바닥으로 다섯 팀이 기어올라야 해요.
모래바람이 약해 발각될 위기에, 니어가 나서요. 빛의 기사가 태양빛의 각도까지 자기 뜻대로 휘어, 코어 아래를 통째로 눈부시게 밝혀요.
이 세상의 고난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태양의 빛도 잠시 내 뜻을 따라주리라 믿어.
— 니어

6. 잊혀진 땅의 소녀
코어 지하로 진입한 로도스는 로즈몬티스의 전투를 마주해요. 거대한 검이 허공에 떠 적을 산산이 부수는, 보는 이가 오싹해지는 힘이에요.
열넷의 이 소녀는 스스로 싸움을 택했어요. 자기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더는 없도록, 세상이 자기 이름을 부르는 거라면서요.
로즈몬티스는 죽은 이들의 감정을 대신 거두는 아츠를 가졌지만, 정작 그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는 잊었어요. 기억나지 않는데도 눈물이 흐르는 게 그녀를 아프게 해요.
되돌아보지 않으면…… 잊어버리게 돼. 나는 절대 잊지 않을 거야. 그 누구의 죽음도.
— 로즈몬티스
켈시는 담담히 알려줘요. 로즈몬티스가 직접 죽인 적은 거의 없다고, 그 잔혹해 보이는 힘은 사실 적을 무장해제시키는 데 쓰인다고요. 연구소가 그녀를 망가뜨린 게 아니라, 그녀가 연구소를 망가뜨렸고, 그래서 로도스는 그 힘을 다스릴 법을 함께 찾아준 거예요.
그녀의 곁엔 아미야가 있어요. 갑자기 터져 나오는 감정은 전부 로즈몬티스의 것이니, 누구도 대신 가져가선 안 된다면서 손을 잡아줘요.
7. 창고의 재회
코어의 창고 구역엔 우르수스 감염자들이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어요. 리유니온에 학살당하고 버려진 체르노보그의 시민들이에요.
그들을 돌보던 리유니온 대원 하나가, 알고 보니 로도스가 잠입시킨 옛 동료였어요. 자신을 지키려 죽은 스카우트의 뜻을 이어, 리유니온에 스며든 오퍼레이터예요.

우르수스 감염자 타티아나는 그를 리유니온이라며 증오해요. 켈시는 Mon3tr의 칼날을 동료의 목에 겨눈 채 타티아나에게 물어요. 이자가 정말 너희를 지켰느냐고요.
겁에 질린 타티아나는 끝내 인정해요. 저 사람만은 나쁜 짓을 한 적 없다고요. 그 대답이 곧 동료의 무고함을 증명해요. 켈시다운, 서늘한 심리전이었어요.
그를 통해 로도스는 진실에 다가가요. 이 지역의 감염자들이 아직 숨 쉬는 건, 노병 패트리어트와 그의 유격대가 지켜주기 때문이에요.
유격대는 리유니온의 폭도와 달라요. 감염자를 숫자가 아닌 이름으로 부르게 하고, 노역당하는 자들의 방패가 되어주는 부대예요. 동료는 그 신념을 믿어 리유니온에 남기로 해요.
하지만 켈시는 더 무서운 그림을 봐요. 탈룰라가 감염자들끼리 서로 죽이도록 판을 짜, 가장 불명예스러운 방법으로 리유니온을 스스로 무너뜨리려 한다는 걸요.
8. 침묵하는 자의 분노
중앙 구역에는 살카즈의 고대 술법 '식인'의 제단이 깔려 있어요. 아군이든 적이든 생명을 갈라버리는, 현대엔 재현할 수 없는 옛 의식이에요.
로도스는 정보전으로 맞서요. 로즈몬티스가 의식을 확장해 적 전령병의 위치를 모두 찾아내고, 라이디언의 아츠로 전파를 정리하고, 아미야가 로즈몬티스의 무너지는 정신을 붙들어요.
탐색 도중 로즈몬티스의 정신이 추락하듯 길을 잃자, 켈시와 아미야가 손을 얼굴에 얹고 그녀를 다시 갑판 위로 데려와요. 우리가 곁에 있다고,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요.
원시적인 확성기와 보안 지령에 의존하던 유격대는, 통신망을 통째로 와해당한 채 우왕좌왕해요. 로도스의 참수 작전이 그물을 조여와요.
그물의 끝에서, 마침내 그가 나타나요. 로즈몬티스의 검을 맨손으로 튕겨낸, 산 같은 거인이요.
9. 애국자의 죽음
패트리어트. 본명은 불드록카스티. 카즈델을 떠나 우르수스의 전사가 되었다가 이제는 감염자의 방패가 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웬디고예요.
켈시와는 구면이에요. 켈시를 카즈델 여왕의 '훈작'으로 기억하는 그는, 프로스트노바를 죽게 만든 로도스를 향해 검을 들어요.
그런데 그건 복수가 아니에요. 딸의 죽음은 딸 스스로 택한 길이라며, 그는 오직 전쟁의 결과만을 믿는다고 해요.
전쟁은, 옳고 그름을 묻지 않는다. 전장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정해진다. 누가 죽고, 누가 틀렸는지.
— 패트리어트
싸움이 이어지는 동안, 아미야의 아츠에 그의 일생이 비쳐요. 아내 헬렌, 감염자 법령에 항의하다 스스로 병을 청해 죽어간 아들 그로베지일, 얼음 속에서 자란 딸 옐레나.
얼음 속에서, 어린 옐레나는 우는 아버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었어요.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뭐든 될 테니, 그저 가족과 영원히 함께 있게 해달라고요. 그 딸이 곧 프로스트노바였어요.
그는 평생 세 번 신념을 저버렸어요. 카즈델을 떠났고, 우르수스에 맞섰고, 이제 리유니온을 배신하려 해요. 매번 소중한 것을 잃으면서도, 그때마다 다시 운명 앞으로 걸어 돌아왔어요.
그럼에도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아요. 자신이 멈추면 곁에서 죽어간 이들의 죽음이 헛되이 된다면서, 만신창이의 몸으로 계속 전진해요.
그가 아미야를 살려두려던 건, 죽은 딸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지금의 탈룰라를 죽일 권리는 우리에게 없다고, 미래가 어떻든 오늘의 나는 나고 아버지는 아버지라던 옐레나의 말이요.
누적된 상처로 마침내 멈춰 선 그는, 코어를 멈출 열쇠를 켈시에게 건네요. 자신의 패배를 승자의 전리품으로 인정하면서요.
나 하나만…… 죽으면 된다. 죽을 만한 곳을 찾았군.
— 패트리어트
그런데 그 순간, 살카즈의 오래된 예언이 그의 눈앞에 되살아나요. 검은 왕관을 쓰고 모든 종족을 노예로 부리는 '마왕'의 환영이요.
그 마왕의 얼굴은, 다름 아닌 아미야였어요. "최후의 웬디고는 마왕의 손에 죽는다." 예언대로 자신이 마왕의 손에 죽어가고 있음을 깨달은 그는, 마지막 힘으로 아미야를 향해 손을 뻗어요.

하지만 손은 끝내 소녀에게 닿지 못해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던 웬디고의 긴 행군을, 죽음이 먼저 멈춰 세워요.
아미야는 그를 위해 마지막 환상을 보여주려 했지만, 그는 거부했어요. 비참하면 비참한 대로, 그건 자신이 살아오고 발버둥친 결과이자 마땅히 받을 결말이라면서요.
어린 마왕이여, 모든 일은 행동하기에 달렸다. 만약 이것이 운명이라면…… 난 믿지 않겠다.
— 패트리어트
10. 무너지는 요람
패트리어트의 죽음이 코어 전체로 퍼져요. 그의 유격대는 그를 죽인 로도스가 아니라, 그를 이 죽음으로 내몬 탈룰라에게 칼끝을 돌려요.
패트리어트를 위하여!
— 유격대 방패병
방패병들은 아미야에게 경고도 남겨요. 우리는 예언이 아니라 대위님을 믿는 것뿐이니, 언젠가 네가 탈룰라 같은 폭군이 된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고요.
탈룰라의 계략은 도리어 그녀에게 돌아와요. 감염자와 시민이 서로를 알아갈 시간을 얻은 지금, 리유니온이라는 허울은 안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해요.
쓰레기더미에 처박혀 있던 W는, 아이러니하게도 켈시의 손에 구출돼 사령탑으로 향해요. 탈룰라에게 다시 돌아왔다고 선언하면서요.
그리고 첸은 마침내 코어에 닿아요. 언니를 막겠다는, 오래된 약속 하나만을 손에 쥔 채로요.

지난날의 상처도 드러나요. 20년 전, 카셰이 공작은 수갑을 채운 아기 탈룰라를 웨이 옌우 앞에 내밀며 그를 시험했어요. 그날 웨이 옌우가 참룡검 적소로 벤 것은, 바로 자신의 형제 애드워드였어요.
용을 벤다는 검으로 결국 동족을 벤 셈이죠. 그 비극이 첸과 탈룰라 자매의 시작이었어요.
에필로그 — 눈, 그리고 준비된 자
프로스트노바의 유해가 처리되며 방출된 냉기가, 체르노보그 하늘에 폭설을 뿌려요. 유격대는 그 눈을 두고 말해요. 옐레나가 대위님을 마중 온 것이냐고요.
메피스토는 프로스트노바가 부르던 자장가를 어설프게 흥얼거려요. 잘 부르지 못하는 게 분해서, 텅 빈 노래만 눈발 속에 남아요.
그리고 어둠 속에선 또 다른 판이 짜여요. 살카즈의 섭정왕과 고해신부가 '마왕'의 실마리를 좇으며, 이미 준비를 마친 '그녀'를 꺼내 들어요.

죽은 도시 하나가 용문을 향해 굴러왔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배신하고 배신당하며 서로를 잃었어요. 200년을 운명과 싸운 노병은 마지막에 처음으로 운명에 등을 돌려 어린 마왕에게 미래를 맡겼고, 한 사람은 언니를 막겠다는 약속 하나만 쥔 채 눈 내리는 코어로 걸어 들어가요. 코어를 멈출 열쇠는 이제 로도스의 손에 있지만, 이 죽음의 요람이 무엇을 낳을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해요.